윤석열 정부의 첫 대법관 자리에 오석준(사법연수원 19기) 후보자가 올랐다. 119일만에 임명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며 대법관 최장 공석 사태는 마무리됐다.
오 후보자는 24일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입장문을 통해 "국회 대법관 임명 동의 절차가 원만히 마무리 된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대법관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국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 법 앞의 평등이 지켜지는 판결, 우리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균형 있는 판결을 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대법관의 임무를 마칠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후보자는 지난 8월 말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이날까지 119일 동안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지 못하면서 대법원도 전원합의체가 잠정 중단하는 등 표류해왔다. 108일이라는 박상옥 전 대법관의 공석 기간을 넘어선 최장 기록이다. 야권은 8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2011년 판결이나 변호사로부터 유흥 접대를 받은 검사의 면직 징계를 취소한 2013년 판결 등 과거 오 후보자가 내놓은 법적 판단을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과의 '친분'도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민주당도 대법관 장기 공석 사태에 대해 마음을 돌려 임명 동의안을 통과하려고 했지만, 이태원 참사가 터지며 장기간 공석 사태는 계속됐다.
김재형(18기) 전 대법관의 후임이 석 달 가까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그가 주심을 맡은 330건(민사 200건, 형사 86건, 특별 44건)의 판단은 기약없이 미뤄졌다. 이 가운데는 일제 강제노역 피해 배상과 관련한 미쓰비시중공업 자산 매각 사건 등 민감한 사안도 있다. 후임 대법관이 배당받아야 할 사건이 다른 대법관들에게 추가 배분되면서 사건 적체 현상이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해 약 3600건씩 주심 사건을 처리하는 대법관들은 이번 공백 기간 500여건을 추가로 나눠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가 새 대법관 임명에 동의하면서 대법원은 숨통이 트이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오 후보자가 퇴임한 김 전 대법관 주심 사건을 그대로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행 법규상 대법원장은 대법관 퇴임·취임으로 대법관 구성에 변동이 생기면 소부 구성이나 사건 배당을 조정할 수 있는데, 사건 적체 상황 등을 고려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큰 변화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오 후보자의 대법관 취임식은 2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본관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