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핼러윈 참사가 남긴 질문 "애도와 예술, 공존 불가능한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할로윈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류영주 기자
15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다중밀집사고인 '핼러윈 참사'에서, 정부가 신속하게 국가 애도기간을 정해 발표한 것은, 애도를 활용한 또 다른 통치술의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10·29 참사와 문화정치 : 국가권력의 통치성, 애도의 방식, 예술의 자율성'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정원옥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본 이날 행사에서 이동연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정부가 선포한 '국가 애도기간'이 갖는 맹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발제문에서 정부가 △국가 애도기간(10월 30일~11월 5일)에 공연·문화 행사·축제 등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것 △시급하지 않은 공공기관 행사 연기 △조기 게양 및 근조 글씨 없는 리본 사용 고지 △휴가 연차 사용 금지 △부서장 합동분향소 조문 추모 지침 등을 내린 것을 예로 들어, "애도의 결정은 신속했지만, 애도의 방식은 매우 부적절했다"라고 평했다.

특히 국가 애도기간 중 문화계가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것을 언급한 후, "애도의 시간과 예술의 시간은 공존 불가능한 것일까? 애도의 책임과 예술의 생존도 공존 불가능한 것일까?"라며 "애도의 통치술에 저항하는, 애도의 억압적 문화정치를 전복하는 대안적 문화정치의 방법은 예술로 애도를 지속하는 것이다. 재난의 국면에 진정한 애도는 '예술 멈추기'가 아니라 '예술하기'가 아닐까?"라고 전했다.

한국축제감독회의 소속 윤성진 축제기획자는 정부의 '국가 애도기간' 선포 이후 공적인 행사뿐 아니라 '사적 공연'도 금지되고 있다면서 "정부나 지자체를 통한 예산으로 만들어진 행사는 언제든지 취소, 축소해도 되는 전권을 (공공에) 양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소속 뮤지션 이호는  "코로나19 때도 느꼈는데 (예술인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직업적 가치를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돌아봤다.

진태원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계속 '자유' 얘기를 하지만, (핼러윈 참사 관련) 애도를 두고 과연 자유주의적인 원칙에 충실한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김상철 시시한연구소 소장은 "(핼러윈 참사) 책임자 처벌은 필요하지만, 그렇기에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자는 진공 상태를 다시 하고 싶진 않다"라며 "이런 것들을 넘어설 수 있는 사회적 책임에 관해 새롭게 논쟁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벌어진 다중밀집사고인 '핼러윈 참사' 사망자는 총 158명이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3일 밤 11시 기준 사망자가 1명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158명 중 내국인이 132명, 외국인이 26명이다. 부상자는 196명으로, 현재 10명이 입원 치료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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