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열린 '국민은행 강도살인' 재판…두 피고인 모두 "내가 안 쐈다"

지난 2001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발생 당시 현장 검증 모습. 연합뉴스

미제로 남았다 21년 만에 실마리가 풀린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첫 재판이 4일 열렸다.
 
재판에서는 두 피고인 모두 당시 권총으로 피해자를 숨지게 한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나섰다.
 
이 사건은 지난 2001년 12월 대전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은행 출납과장이 권총에 맞아 숨지고 현금수송용 가방이 탈취된 사건이다. 사건 발생 21년 만에 이승만(52·범행 당시 31)과 이정학(51·범행 당시 30)이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이 사건 두 달 전인 2001년 10월 골목길에서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찬 채로 순찰 중인 경찰관을 승용차로 들이받아 쓰러뜨린 후 권총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때 빼앗은 권총은 두 달 뒤 강도살인 사건에 사용됐다.
 
이날 대전지법 제12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 이승만 측 변호인은 "당시 은행 강도를 모의한 것과 권총 격발로 피해자가 사망한 부분은 인정하나, 이승만이 권총으로 제압하기로 했다거나 이승만이 권총을 들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이승만은 권총으로 피해자들을 위협하고 제압하는 역할을, 이정학은 이승만이 제압하는 사이에 현금 가방을 차에 싣는 역할을 하기로 모의했다"며 "사건 당일 피해자들이 현금수송용 가방 등을 차에서 내리자 이승만이 권총을 들고 '꼼짝 마 손들어'라고 공포탄을 쐈고, 피해자 중 은행 출납과장이 호신용 전기충격기로 대응하려는 자세를 취하자 실탄 세 발을 쐈으며 이정학은 그사이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 등을 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승만 측이 '당시 권총을 쏜 것은 자신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이다.
 
반면 강도살인의 공동정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학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권총을 발사한 것은 이승만이고 자신은 현금 가방을 차에 실었다는 뜻이다.
 
이승만은 당초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건 당시 은행 출납과장에게 총을 쏘는 등 범행을 주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검찰 단계에서부터 이 같은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에 쓰인 총기는 확보되지 않았고 다만 경찰은 "이승만이 대전의 한 야산에 묻었다 2018년경에 잘게 부숴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첫 공판기일은 지난달 12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승만이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새로운 변호인이 선임되면서 한 차례 연기됐다.
 
이후 재판에서는 이정학에 대한 분리 증인 신문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8일에 열린다.
 
이들은 사건 당시 현장에 남아있던 DNA가 실마리가 돼 21년 만에 검거됐다. 경찰은 검거 과정과 관련해 "유류물에서 검출된 유전자가 충북 소재 불법게임장 현장 유류물에서 검출된 유전자와 동일하다는 감정 결과를 회신 받고, 게임장에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는 1만5천여 명에 대해 범행 연관성을 확인해나가는 수사를 진행한 끝에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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