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변수에 韓 주식시장 오랜만에 '훈풍'…"2차 충격 경계해야" 조언도

코스피 지수, 한 달 만에 2300선 탈환
외국인, 최근 한 달 3조 7천억원 순매수
"중국·대만 리스크에 우리 시장 주목" 분석
美 연준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도 확산
"향후 경기·실적 충격 경계해야" 신중론도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81% 급등한 2330대로 장을 마감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강도 긴축과 경기 침체 공포 속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2200선을 하회했던 코스피 지수가 1일 2300선을 단숨에 넘어섰다. '차이나런(탈중국)'을 택한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기류인 데다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전보다 늦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한 점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을 타고 공격적 투자에 나서긴 아직 이르다는 조언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外人 순매수세에 코스피 2300선 탈환…'차이나런' 영향 분석


 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61포인트(1.81%) 뛴 2335.22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300선을 넘어선 건 지난 9월 22일(2332.31)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한국 무역수지가 10월에도 적자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4887억 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0월 초부터 여태까지 한 달 동안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7258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9월 말 종가 기준 연저점(2155.49)을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의 '사자 행진'에 힘입어 이 기간 8.3% 이상 상승했다.
 
연합뉴스

외국인의 순매수세를 놓고 차이나런의 반사이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3기 체제 출범과 맞물려 시장 통제가 강화되고 대만과의 관계도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에 외국인들이 대체 시장 격으로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최근 3연임을 확정짓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에만 중국 주식 9조 원, 대만 주식 5조 원 이상을 팔아 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내년에 세계 금융시장 화두가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처럼 중국‧대만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투자자들에겐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때문에 이탈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대만과 가장 비슷한 형태의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터리 등 미국의 중국 산업 견제 기조도 주식시장에선 우리기업들의 호재로 연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7월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 6104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는데,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배터리 대장주 격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였다. 두 종목 합산 순매수액만 3조 3363억 원에 달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국의 리스크가 곧 우리의 리스크로 받아들여지는 금융시장 동조화 현상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정 팀장은 "최근에 위안화 환율과 원화 환율조차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美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도 확산하지만…"속단 일러"


스마트이미지 제공

미국발(發) 금리인상 공포가 전보다 누그러진 점도 주식시장 훈풍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에선 경기침체 우려와 맞물려 금리인상 속도조절 필요성이 부각됐다. 지난달 말 셰러드 브라운 미국 상원의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물가 상승을 낮추기 위한 과도한 통화 긴축이 견고한 노동 시장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을 피해야 한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 그보다 앞서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려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는 걸 피해야 한다"며 "지금이 (기준금리 인상폭의) 단계적인 축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연준이 오는 3일(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선 6월, 7월, 9월에 이어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린 뒤 12월엔 0.5%포인트로 인상폭을 소폭 줄이고, 내년엔 예상보다 조기에 '금리 유지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졌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선 이 같은 기대에 발맞춰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시장은 11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주목하고 있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12월 이후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을 경우 달러화의 강세가 확대되고, 국채 금리의 상승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이경민 투자전략팀장은 "통상적인 주식시장은 통화정책에 1차 충격, 펀더멘털 악화에 2차 충격(역실적장세, 경기침체, 실적 쇼크)을 받으며 하락추세를 마무리 하는데,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전히 1차 충격 변수에 일희일비하는 모양새"라며 "향후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기, 실적 등 펀더멘털로서,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2차 충격 변수의 후폭풍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신증권은 "통화정책 안도감은 이어질 수 있지만 물가와 경기 불안에 주목할 때"라며 이달 코스피 지수 예상 밴드를 2100~2300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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