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참수작전' 기밀 넘긴 특전사 대위, 1심서 징역 10년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지령을 받고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육군 특수전사령부 특수임무여단 소속 현역 대위가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이 인물이 북한 공작원이라고 판단할 증거가 모자라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의 구성 요건인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라고는 볼 수 없다며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하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은 25일 오후 특전사 특수임무여단 소속 김모 대위의 1심 공판에서 그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김 대위는 특전사 13특수임무여단(현 특수임무여단) 소속 중대장으로 근무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인물(텔레그램 아이디 '보리스')에게 군사기밀을 보내주고 그 대가로 5천만원 정도의 가상화폐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보리스에게 유출한 것으로 파악된 군사기밀은 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단말기 사진과 부팅 영상, 국방망의 육군본부 홈페이지 로그인 화면 사진과 보안수칙, 그리고 특수임무여단의 작전계획과 관련된 문건 등이다.

작전계획은 보통 2급 비밀로, 엄격한 절차를 거쳐 관리된다. 특수임무여단은 유사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이른바 '참수작전(decapitation strike)'을 위해 지난 2017년에 13공수특전여단을 확대개편한 부대다.

조금 더 정확히는, 엄중한 경호를 받는 북한 핵심 수뇌부 제거는 707특수임무단 등 다른 정예부대가 맡는다. 특수임무여단은 현장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성격으로 미 육군 75레인저연대와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려면 특수작전에 대해 전문성을 갖춰야 하고, 필요에 따라 북한 지도부 가운데 중요도가 다소 덜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타격(DA)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 부대 작전계획에는 참수작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작전계획을 알고 숙지하고 있어야 유사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위는 이와 관련해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대·대대 전투세부시행규칙, 작전계획 5015에 포함된 부대 작전계획, 업무상 국방망을 통해 부대 간부로부터 받게 된 '적 인물·장비 식별 평가' 문건 등 군사기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하고 보리스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대위 측은 '적 인물·장비 식별 평가' 문건에 대해 북한 지도부 인물과 북한군 장비 등이 일반에도 알려진 사실이라 군사기밀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당 문건은 여단의 임무 목표와 (시간이 흐르면서 생기는) 상황의 변화를 분석·평가해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다"며 "(인터넷 등에) 공개된 자료와 일부 일치하긴 하지만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외부에 유출될 경우 임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음으로써 상당한 이익이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쉽게 이야기해, 이미 북한군과 관련해 인터넷에 많은 자료가 공개돼 있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고 국가정보원과 국군정보사령부 등이 별도로 첩보를 모아 분석·평가한 정보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군사기밀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이 사건의 여파로 특수임무여단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대대적인 보안점검을 받았다. 군사법원 재판부는 "작전계획은 국가안전보장, 이익과 관련된 매우 중대한 자료로 국가안전보장에 치명적 위험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으며 소속 부대는 작계를 전면 수정했다"며 "금전적 이익에 눈이 멀어, 장교로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다는 점에서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적시했다.

다만 국방부 검찰단은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는데 법원은 여기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유는 국가보안법상의 구성요건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해서다.

법원의 논리는 해당 혐의가 성립하려면 김 대위가 군사기밀을 유출한 인물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 즉 북한 공작원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보리스'의 정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고, 증인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의 이유로 인해 그가 북한 공작원임을 확실히 입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주위적 공소사실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라고 판단했다. 같은 행위에 대해 법리 적용을 다르게 한 셈이다.

한편, 김 대위가 이러한 꾀임에 넘어간 이유는 다름아닌 '도박중독'으로 드러났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그가 자신의 대학 동기로부터 '자료를 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을 처음 받은 것은 2020년 3월인데, 당시엔 위법이라 생각해서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1년 6개월 뒤인 2021년 9월, 김 대위는 인터넷 불법도박 탓에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그는 이듬해 봄, 관련 혐의로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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