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NCT 127의 '네오 시티 : 서울 - 더 링크 플러스'(NEO CITY : SEOUL - THE LINK +)는 가을밤 야외 공연장에서 치르는 콘서트만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이 집약된 공연이었다. 해가 일찍 떨어져 어둑해진 하늘, 찬바람으로 조금은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곡은 예상보다 많았다. 정적인 분위기로 목소리만 강조한 곡도, 화려한 폭죽 쇼로 혼을 빼놓는 퍼포먼스 위주의 곡도, 멤버들과 관객들에게는 각각의 이유로 의미를 지녔다.
오프닝 무대는 '영웅'(英雄; Kick It)이었다. 한 번 들어도 금세 귓가에 맴도는 중독성 있는 후렴과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포인트 안무가 좋은 짝을 이룬 '영웅'은 NCT 127을 보다 더 널리 알린 곡이기도 하다. 힘찬 퍼포먼스와 하늘을 수놓은 폭죽의 궁합이 좋았다.
단순히 세트리스트에 포함한 게 아니라 노래마다 특색을 살린 무대를 마련했다는 데서 NCT 127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회색 수트와 안경 콘셉트가 백미였던 '레귤러', NCT 127의 가장 귀여운 곡으로 소개된 '터치', 현란한 폭죽 쇼로 혼을 빼놓은 '체리밤'이 그 예다. 그룹의 세계관이 녹아있는 것으로 유명한 '무한적아'는 워낙 초기 곡이라 요즘 보기 힘들었던 만큼 어느 때보다 큰 함성과 응원법이 터져 나왔다. '슈퍼휴먼'도 전주가 나오자 환영의 비명이 잇따랐다.
지난달 발매한 정규 4집 '질주'(2 Baddies) 수록곡도 여럿 포함됐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테이스티'(Tasty)(貘) '디자이너'(Designer) '윤슬'(Gold Dust) '1, 2, 7'(Time Stops) '패스터'(Faster)와 타이틀곡 '질주' 무대를 선보였다. '테이스티'는 원형 무대에서 의자와 손수건 등을 활용한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구성이 눈에 띄었다. '디자이너'는 줄자를 들거나 거울 앞에서 치수를 재고 옷 입힌 마네킹이 등장하는 등 노래 이름에 충실했다. 매시업으로 잠깐 등장한 '타임 랩스'(Time Lapse)는 '디자이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어서 분위기를 전환했다.
'잘 자 내 달빛/이리 와서 안겨 깊숙이/밤이 수 놓인 잔물결 위로 누워/아마 너는 모르지/ 얼마나 네 빛이 예쁜지'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윤슬'은 시월 가을밤과 꼭 어울렸다. 팬들은 휴대폰의 플래시를 켜 금빛과 은빛을 내뿜었고, 관객석은 금세 빛의 바다처럼 변했다.
팀명 '127'을 활용한 곡을 다수 보유한 NCT 127은 이날도 '엘리베이터'(127F) '지금 우리'(City 127) '백 투 유'(Back 2 U)(AM 01:27) '1, 2, 7'까지 4곡을 들려줬다. 저마다 다른 음색이 조화로운 '엘리베이터'와 피아노 연주를 강조한 편곡으로 재탄생한 '백 투 유'는 그동안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보컬리스트'로서의 NCT 127의 존재감이 잘 드러났다.
그동안 아시아와 미주 등지에서 열린 월드 투어 '더 링크'의 앙코르가 아닌 '스페셜' 공연을 자임한 '더 링크 플러스'는 그만큼 신곡 무대가 가득했다.
우선, 도영-재현-정우와 쟈니-태용-유타-마크의 유닛 무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도영-재현-정우는 어쿠스틱 기타 리프 사운드가 인상적인 미드 템포의 알앤비곡 '후유증'(Can We Go Back)을 통해 세련된 섹시미를 발산했다. 쟈니-태용-유타-마크는 전원이 랩 메이킹에 참여한 미니멀한 트랙 '헬로'(Hello)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자랑했다. 쟈니는 상의 탈의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솔로 무대도 다채로웠다. 태일은 데뷔 앨범 수록곡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를 알앤비 장르로 새롭게 편곡해 파워풀한 가창력을 뽐냈다. 마크는 미니멀한 트랙 구성과 절제된 래핑이 인상적인 '바이브레이션'(Vibration)으로, 태용은 강렬한 래핑과 보컬,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문라이트'(Moonlight)로 호응을 끌어냈다. 옴므파탈로 변신한 정우는 일본 미니 2집 수록곡 '립스틱'(Lipstick) 댄스 퍼포먼스를, 쟈니는 정규 3집 수록곡 '같은 시선'(Focus) 무대에서 역동적이면서도 섹시한 매력이 가득한 댄스 퍼포먼스를 펼쳤다.
재현은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작사에 참여한 감성적이고 나른한 분위기의 '로스트'(Lost)를, 도영은 정규 3집 리패키지 앨범 타이틀곡 '페이보릿'(Favorite)(Vampire)을 모티프로 만든 애절한 감성의 신곡 '더 리즌 와이 잇츠 페이보릿'(The Reason Why It's Favorite)을, 유타는 직접 작사와 작곡에 참여한 스타일리시한 스타일의 '버터플라이'(Butterfly)를 불렀다.
코로나19 여파로 함성과 떼창이 허용된 한국 공연은 3년 9개월 만이었던 NCT 127은 마지막 날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즐길 수 있게끔 구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가사를 자막으로 띄워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하는가 하면, 매시업을 통해 최대한 많은 곡을 들려주고 보여주려고 했으며, 흥을 최대치로 높여 몰아치는 EDM 구간을 넣어 관객들을 일어서게 했다.
멤버들은 몸소 무대를 뛰어다니며 더 멀리 있는 팬들 곁까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본 무대보다 돌출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돌출 무대의 양 사이드에도 곧잘 섰으며 이동차도 자주 탔다. 팬들 역시 '윤슬'의 플래시 라이트 이벤트, '종이비행기'의 종이비행기 날리기, 앙코르 때 슬로건 들기 등으로 감동을 안겼다. 생일을 앞둔 멤버 유타는 멤버들과 3만 관객에게 축하받았다.
NCT 127은 오는 11월 4~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12월 3~5일 태국 방콕에서 두 번째 월드 투어 '네오 시티 - 더 링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