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제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16일 오전 베이징에서 개최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년의 성과를 요약하고 향후 5년 및 이후 당과 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보고를 했다.
시 주석의 보고는 1시간 45분 동안 이어졌지만 5년 전 19차 당 대회 때의 3시간 30분에는 못 미쳤다. 보고서는 28페이지 분량으로 1만 4400 단어였다. 2017년 당 대회 때는 3만2천 단어였다.
2007년과 2012년의 17차 및 18차 당 대회 때 후진타오 당시 주석이 보고 시간은 각각 2시간 30분과 1시간 30분이었다.
당 대회에 참석한 2천 3백여 명의 대표들은 시 주석 연설 동안 32차례 박수를 쳤는데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한 부분에서 20초 간 큰 박수를 보냈다.
시 주석은 중국의 모든 민족과 화교가 단결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된 신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이날 보고에서 '안전' 혹은 '안보'를 73회 언급했다. 중국특색사회주의와 마르크스주의도 각각 28회, 14회 등장했다. 이 밖에 '개방' 14회, '위대한 부흥' 11회, '높은 수준의 발전' 8회, '반부패' 7회, '인류운명공동체' 4회, '공동부유' 4회, ·개혁·개방' 4회, '100년 분투 목표' 2회 등의 순으로 언급됐다.
리커창 총리는 이날 대회에 참석한 당 대표들이 모두 2340명이며 각계 선발된 2296명과 특별대표 83명 등 2379명 가운데 질병 등으로 40명이 빠졌다고 보고했다.
홍콩 명보는 푸단대 외국어문학과 부학장으로 있는 루리안이 대만 대표로 19차 당 대회에 이어 이번 20차 당 대회에도 연속으로 참석했지만 정작 고향인 가오슝 치산구에서는 그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일부 당 대표들은 시 주석이 발언할 때 적극적으로 메모를 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업무보고를 하는 동안 다른 이들은 책상 위에 놓인 업무보고서를 읽은 반면 왕이 외교부장은 시 주석을 계속 바라보았고,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는 시 주석의 연설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적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전임자였던 후진타오 주석을 극진히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입장한 후 전 주석이 옆자리에 앉을 때 팔을 부축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고 연설이 끝난 뒤에도 후 전 주석과 눈길을 교환했다.
올해 96세인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은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 발표된 대회 주석단 46명의 명단에는 포함됐었다. 그는 직전 당 대회인 2017년 19차 당 대회 때는 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지난해 7월 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다.
주석단 상무위원에 포함됐던 전직 최고지도부 인사 가운데 주룽지(93) 전 총리도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 105세인 혁명원로 쑹핑 전 정치국 상무위원은 참석해 쩡찡홍 전 부주석과 얘기를 나눴다. 그는 은퇴한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최고령자다.
테니스 스타 펑솨이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불거졌던 장가오리 전 부총리도 이날 주석단에 자리해 정치적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 13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던 왕치산 국가부주석은 주석단 상무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날 불참했다. 베이징의 경우 입국 이후 10일간 격리하게 돼 있는 방역 규정의 적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당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한복판 고가도로에 '시진핑을 파면하자'는 등의 현수막이 걸리자 주요 보행용 다리에는 감시 인력이 배치됐다. 명보는 12시간씩 일하는 이들의 일당이 200위안(약 4만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