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한파가 이어지면서 경매시장에도 찬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응찰자가 급감하면서 유찰비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서울을 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경매 낙찰가율이 급락하면서 부동산 시장 불안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금융권까지 전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5건 중 4건 유찰…낙찰가율도 80%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경매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9일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의 평균 낙찰률은 전달보다 14.1%포인트 떨어진 22.4%로 집계됐다. 낙찰률은 입찰에 부쳐진 물건 중 낙찰자가 결정된 물건 수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런 수치는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2008년 12월(22.5%)보다 낮다. 지난해 9월만 해도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88.9%이었지만 1년 만에 분위기가 급 반전됐다. 경기도 아파트 낙찰률도 33.8%로 전월(44.0%)보다 크게 하락했다. 인천 아파트 낙찰률도 전월(30.5%)보다 낮은 26.5로 집계됐다.
서울을 뺀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달 인천지역 아파트 낙찰률은 전달보다 4%포인트 떨어진 26.5%를 기록하며 2001년 5월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6월(84.62%) 대비 58.1%포인트 급락한 것이다. 경기도의 지난달 낙찰률 역시 33.8%로 입찰된 물건 3개 중 1개가 겨우 새주인을 찾았다.
부동산 담보 가치를 의미하는 경매 낙찰가율도 크게 떨어졌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의미하는 낙찰가율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기준 89.7%였다. 이는 201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코로나19로 법정 휴정일이 많았던 2020년 3월을 제외하면 3년 반 만에 80%대로 떨어졌다. 서울을 뺀 대부분 지역은 이미 낙찰가율이 80% 이하다. 지난달 경기도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79.4%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3년 9월 이후 9년 만에 최저첨이다.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은 80%를 기록했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매매시장 거래절벽에 따른 매물적체, 추가 금리인상 우려로 인한 매수세 위축이 아파트 경매지표 하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낙찰가율 계속 하락시 금융권 원금 회수 위험
금융권에서 낙찰가율은 원리금 회수 가능성인데 낙찰가율이 주택담보대출(LTV) 이하로 떨어지면 대출자가 원리금 연체 등을 했을때 담보로 잡은 주택을 처분하더라도 금융권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등은 LTV 80%까지 가능했던 대출 상품이다. 이런 대출 상품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낙찰가율이 80% 밑으로 떨어지면 금융사가 담보로 잡은 주택을 경매로 처분해도 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업무·상업시설과 토지 등 비주거시설의 낙찰가율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전국 업무·상업시설 낙찰가율은 67.9%로 집계됐다. 강원이 48.3%로 가장 낮았다. 토지 낙찰가율은 85.6%로 업무·상업시설보다 나았지만 울산(40.9%)과 부산(52.4%) 등 적지 않은 지역에서 감정가 대비 낙찰가가 절반 이하를 기록했다.
통상 은행의 경우 업무·상업시설과 토지 등 비주거시설에 대한 대출이 감정가의 70~80%까지 나왔는데 비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비주거시설이 경매로 넘겨질 경우 금융권의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우병탁 팀장은 "부동산은 최근에 가격 상승폭이 컸고,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한 직후에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간 차이는 있겠지만 최근 경매지표 악화가 당장 여신 부실로 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경매 물건이 더 쌓이게 되면 금융권 외곽부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