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15일 3년에 걸친 '다다익선' 보존·복원 사업을 완료하고 15일 점등식과 재가동을 진행했다. 15일은 '다다익선'이 1988년 과천관에 처음 설치된 날이기도 하다.
'다다익선'은 개천절(10월 3일)을 의미하는 1003대의 CRT(브라운관) 모니터를 탑모양(높이 18.5m, 지름 11m)으로 쌓아올린 영상설치 작품이다.
내구연한이 10년인 '다다익선'은 30여 년간 수리를 반복했다. 2003년 노후·단종된 모니터를 전면 교체한 뒤 15년간 운영을 지속했지만 2018년 2월 CPR 모니터에서 화재위험이 발견돼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작품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되 일부 대체 가능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2020년부터 '다다익선 보존·복원 3개년 계획'을 진행했다.
CRT 모니터 1003대 중 737대는 수리했고 수리조차 불가능한 266대는 LCD(평면 디스플레이)로 교체했다. 또한 4채널로 이뤄진 '다다익선'에서 상영되는 8편의 아날로그 원본 영상은 디지털 영상으로 변환했다.
다만 1988년 '다다익선' 설치 당시 이용한 부품 생산이 중단됐고, 보존·복원에 사용한 중고 모니터도 수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언제든 작품의 수명이 다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15일 간담회에서 "가동시간을 주 4일, 일 2시간으로 제한하고, 대체 디스플레이 적용성을 검토하는 등 작품의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3년에는 '다다익선' 보존·복원 과정을 담은 백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작품 제목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기를 즐겼던 백남준의 창작 방식을 압축하는 단어다. 백남준은 자신의 작품을 "신구세대 앙팡 테러블들의 즐거운 협연"이라고 표현했다.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던 백남준은 1984년 35년 만에 고국을 방문한 후 한국에서의 활동 기반을 넓혀 나갔다. 출품작 중 '한국으로의 여행'(1984)는 백남준의 한국행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가 찍었다. '다다익선'이 처음 공개된 백남준의 위성프로젝트 '세계와 손잡고'(1988)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다다익선'을 위해 제작된 영상 8점을 처음으로 모두 상영한다. 당시 뉴욕에서 영상을 제작한 폴 개린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백남준은 생전 "'다다익선'의 경우 모니터가 고장나면 교체해도 좋다. 이에 관한 전권은 테크니션에게 일임한다"고 말했다.
'다다익선'을 비롯 백남준 작품에 오랫동안 참여한 이정성 테크니션(다다익선 설치 보존복원 자문 총괄)은 인터뷰에서 '다다익선' 복원 프로젝트의 의미에 대해 "'다다익선'은 국내 최초, 최대 규모 미디어 아트 작품이다. 미디어 아트의 지속적인 보존·관리가 미술계의 숙제가 된 시대에 '다다익선' 복원작업이 시범 모델이 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다익선'이 완공된 후 3년간 모니터 운영 요원으로 근무한 안종현은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사람이 수작업으로 비디오 테이프를 뒤집어서 돌려 놓지 않으면 영상이 끝난 후 모니터가 그냥 꺼졌다. '다다익선' 내부의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비디오 테이프를 30분 틀고 끝나면 다시 깔아 끼우는 작업을 매일 반복했다"며 "작품을 감상하며 즐거워하는 관객을 볼 때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치 음악감독 장영규, 영상감독 이미지, 조영주, 우종덕, 사진가 이은주 등 백남준의 작품세계를 오마주한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023년 2월 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