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만 오면 쑥대밭' 힌남노에 부산 해안가 초토화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륙에 부산 해안지역 곳곳 피해 속출
해운대 청사포와 마린시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일대 등 태풍 올 때마다 큰 피해
상인들 "망연자실…지자체가 피해 예방에 나서야" 성토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일대. 청사포 어촌계 사무실이 심하게 파손됐다. 정혜린 수습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부산을 강타해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부산지역 해안가 곳곳에서도 파도가 방파제를 넘는 '월파'로 인한 시설 파손이 속출했다. 상인과 주민들은 태풍이 올 때마다 반복되는 악몽에 참담하다면서도, 생계 걱정에 복구 작업을 서두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부산지역이 태풍 '힌남노'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일대. 해안가에 자리 잡은 어촌계 건물 '청사포 마켓'이 마치 폭격을 당한 듯 찢겨 있었다.

어촌계원들은 장화와 고무장갑을 끼고 파도에 휘어진 철물을 함께 들어 옮겼다. 바닥의 잔해와 모래를 쓸어 담는 어촌계원들의 뒤로 여전히 거센 파도가 몰아쳤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일대. 정혜린 수습기자

인근 해안가에서 영업하던 카페와 식당은 외부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고, 식탁과 의자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가게 앞에 쌓아둔 콘크리트 벽도 태풍이 밀어 올린 파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카페 주인 박모씨는 "새벽에 파도가 가게까지 바로 넘어오면서, 가게 안 냉장고까지 다 침수됐다"며 "우리 가게뿐만 아니라 주변 상가가 전부 엄청난 피해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상가. 정혜린 수습기자

비슷한 시각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 상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6년 전 차바와 2년 전 마이삭·하이선의 영향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마린시티 상인들은 이번 태풍 북상에 대비해 가게 전체를 나무판자로 두르고, 가게 입구마다 층층이 모래주머니를 쌓아 올렸다.

하지만 파도는 이번에도 방파제를 넘어 나무판자를 찢고 가게 내부를 초토화시켰다. 상인들은 곧바로 복구 작업을 시작했지만, 영업 중단에 따른 손해와 복구에 드는 비용 생각에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상목(37·남)씨는 "다른 가게에서 칭찬할 만큼 태풍에 철저하게 대비했는데, 위력이 이정도일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다"며 "가게가 거의 다 부서져서 복구 비용이 엄청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변 도로가 파손된 모습. 김혜민 수습기자

마린시티와 맞닿은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도 힌남노가 남긴 상처가 하나둘씩 드러났다. 파도가 덮친 건물 1층 상가 곳곳에 유리창과 출입문이 모두 깨져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영업 중인 편의점도 가게 문과 유리벽이 산산조각 나 여기저기에 잔해가 흩어져 있었고, 내부 가판대는 파도에 쓸려 가게 구석까지 밀려나 있었다.

도로가 파손돼 하수관이 그대로 드러나는가 하면, 하수관 뚜껑이 사라져 구멍이 난 곳도 찾아볼 수 있었다. 방파제를 따라 길게 설치됐던 펜스도 엿가락처럼 휘어졌고, 일부는 인도까지 밀려 내려와 통행을 방해했다.

이처럼 태풍이 올 때마다 부산지역 해안가는 월파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매년 반복된 피해에 상인들은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며 지자체 차원의 태풍 대비와 복구 조치가 미흡하다고 성토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부산 수영구 민락동 일대 호안도로가 초토화됐다. 김혜민 수습기자

청사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서대영(59·남)씨는 "옛날 태풍 매미 때부터 아직도 나아진 것 없이 피해가 계속 반복된다"며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태풍이 올 때마다 다 맞으라는 뜻인지, 지자체는 근본적인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부산시는 이날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뒤 곧바로 피해 복구 체제를 갖췄다. 일선 구·군 역시 피해 복구를 서두르는 한편 해안을 중심으로 반복된 태풍 피해에 대비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부산 수영구 민락동 일대 상가 유리창이 깨져 초토화됐다. 김혜민 수습기자

해운대구 관계자는 "마린시티는 자연재해 개선 위험 지구로 지정돼 차수벽 대신 테트라포드를 설치하기로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며 "해운대구 차원에서도 대피 공고를 계속하며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주민들도 스스로 피해를 막기 위한 준비와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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