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도부 초읽기…'팬덤정치 회귀'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이를 보이며 당선이 확실시되지만, 전반적인 투표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었던 호남권 투표율이 평균을 밑돈 가운데 차기 지도부가 '친명 강성층'의 영향력에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세론 속 호남 투표율 '저조'…"강성층에 휘둘려 온건층 소외"


이 후보는 지난 20일과 21일 호남 지역 순회 권리당원 투표에서 득표율 75% 이상의 압승을 이어가며 대세론을 굳혔다. 누적 득표율은 78.35%로, 2등 박용진(21.65%)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따돌렸다. 아직 수도권 권리당원 투표 등이 남았지만 큰 변수가 없는 한 사실상 당선이 확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최고위원 후보 중 '친명계(친이재명계)' 의원 4명이 모두 당선권에 들면서 '이재명 사단'이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호남 투표율(35.49%)이다. 전국 누적 투표율 46.43%를 밑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기반인 데다 전국 권리당원의 1/3을 차지하는 만큼 '위험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통적인 지지층 보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강성층의 의사가 과대 대표된 게 아니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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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일각에선 차기 민주당 지도부가 일부 강성층의 입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은 "친명 강성층의 의사가 과대 대표되어 온 경향이 있어 상대적으로 온건한 호남 지지층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며 "이들의 목소리만 쫓다 보면 결국 민심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친문계(친문재인계)'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는 22일 경선 중도하차를 선언하며 "우리당의 뿌리인 전남과 전북, 광주의 처참하게 낮은 전당대회 투표율은 지금의 민주당을 향한 마지막 경고 신호"라며 "호남이 민주당을 버릴 만큼 지금의 우리가 병들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22일 경선 중도하차를 선언한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 황진환 기자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무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인이라는 분석이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등 당 안팎에서 나왔다. '기소 시 직무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를 개정하려던 움직임은 '이재명 방탄용' 비난을 받다가 좌초되기도 했다.

당원 목소리 강화 움직임까지…친명계 "과도한 우려"


21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오른쪽)·박용진 당 대표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은 벌써부터 당원의 목소리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간 모양새다. 당무위원회는 지난 19일 '전당대회 의결보다 권리당원 전원투표가 우선한다'는 당헌 조항을 신설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이를 두고 "최고의결기구라고 굳이 규정해 대의원대회를 무력화하고 중앙위원회, 당무위원회, 최고위원회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며 "'개딸에 장악된 정당'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헌법이 규정한 것처럼 당원 과반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친명계 측은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강성층과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한 친명계 의원은 "투표율 저조는 워낙 이 후보 독주 체제가 굳어지다 보니 막판에 권리당원들이 굳이 투표에 나서지 않은 영향도 작용했다고 본다"며 "전반적인 투표율의 경우 최근 권리당원 수가 급증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투표율 하락은 자연스레 수반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투표율 수치만으로는 강성층의 의사가 과대 대표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한편 이 후보는 방탄 논란이 됐던 당헌 80조 개정에 대해 "당헌과 관련된 논란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며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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