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주말 '분노의 기자회견' 이후 연일 언론에 등장해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비판과 폭로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발언이 계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말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폭주에 대한 당내 우려에 윤리위도 경고에 나섰지만 이 전 대표는 아랑곳없이 비판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62분간의 작심 기자회견 후 연일 언론 인터뷰를 소화하며 주특기인 여론전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잠행 후 지난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첫 언론 인터뷰에 나선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먼저 직격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자신을 가리켜 'XX'라고 했다는 주장을 언급하며 "100년 만에 나올만한 당 대표, 그리고 XX를 조합하면 '100년 만에 나올만한 XX'라는 것인가"라며 "앞뒤가 다르면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16일 MBC라디오에서는 윤리위 징계가 나오기 전 대통령실과 자진사퇴 시기를 조율하는 중재안이 오갔다는 보도에 대해 "(듣자마자)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협상이 사실이었음을 밝혔다.
가처분신청 심문기일이었던 17일에는 언론 인터뷰를 쉬는 대신 법정에 출석하며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되받았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준석 논란'에 대해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보니 어떤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자, "당내 민주주의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하셨는지 제대로 챙기진 못했다"라며 그대로 받아친 것이다. 18일 KBS라디오에서는 다시 윤 대통령을 겨냥,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19일에는 MBN에 출연해 "당내 가장 큰 분란을 초래한 언사는 당 대표 행동에 대해 내부총질이라 지칭한 행위 아닌가"라고 말한 데 이어 다음날에는 "윤핵관이 명예롭게 정계은퇴 할 수 있도록 당원가입으로 힘을 보태달라"는 페이스북을 올리며 윤 대통령과 당내 친윤 그룹에 대한 비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했던 국민의힘도 이 전 대표의 계속되는 도발에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자신이 속한 집권세력에 대한 '팀킬'로 미디어의 중심에 섰다"며 "대한민국 미래를 망칠 작정인가"라고 이 전 대표를 비판했다. 박성중 의원은 "당 대표를 했던 사람이 자기 탓은 하지 않고 전부 남 탓, 윤핵관 탓, 대통령 탓"이라고 지적했고, 이 전 대표를 비호했던 조해진 의원 또한 "대통령이 잘되게 하기 위해 쓴소리하는 차원을 넘어버렸다. 일종의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도 이 전 대표를 향한 간접적인 경고에 나섰다. 윤리위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원 누구든 본인의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데 있어 당의 위신 훼손 등 당원으로서 품위유지를 위반하면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외 여론전을 통해 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이 전 대표에 추가 징계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오는 22일 열리는 윤리위 회의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전 대표는 언론에 "내 워딩은 푸하하하"라고 문자를 보내며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여권 내 이슈 주도권을 이 전 대표에게 완전히 빼앗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대통령 광복절 담화, 16일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 17일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여론전에 능한 이 전 대표가 여권의 주요 이슈 흐름에 맞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이 전 대표가 폭로 정치를 시작하면 당에서 주도하는 이슈는 안 보이고 결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늘 갈등과 내홍 상황으로만 비쳐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이어 본안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여권의 '이준석 리스크'는 당분간 출구 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