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2분기 실적이 이르면 이번 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만 14조 원 안팎의 적자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올 겨울 최악의 에너지 대란까지 예고되고 있어 향후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광복절(15일) 연휴를 전후로 2분기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와이즈리포트 등 증권업계의 실적 전망치는 한전이 2분기에 5조 3500억~5조 3700억 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미 1분기에만 7조 8천억 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냈기 때문에 한전의 상반기 적자 규모는 13조 원을 훌쩍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도 올해 중에선 2분기 실적이 가장 낫고 3분기엔 6조~7조 원, 4분기에는 10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전은 지난 3일 기준으로 올해에만 16조 6600억 원의 채권을 발행하는 등 빚을 내 전력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1년간 10조 4300억 원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현재까지 발행된 사채 규모가 50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전력공사법상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은 45조 9천억 원이다. 올해 최대 30조 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전이 하반기에도 20조 원 가까이 채권을 발행하고 이같은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더 이상 빚을 낼 수조차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에 지난 4월에는 전력시장운영규칙 중 전력거래대금 결제일에 관한 부분을 개정해 외상거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두기도 했다. 한전은 발전자회사에서 전력을 구매하고 9일 단위로 한 달에 네 차례 대금을 지불하는데, 기존엔 이 기한을 넘기면 바로 채무불이행이 되고 전력거래도 정지되는 구조였지만 이 대금 지급을 다음 차수로 넘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전력구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적은 없지만 내년까지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한다면 실제로 외상거래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반기 전력구매비용과 전기판매요금의 차이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kWh(킬로와트시)당 202.11원을 기록한 후 하락세를 보였던 전력도매단가(SMP)는 7월 마지막 주 들어 150원대로 올라섰고 지난 1일부터는 다시 200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3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에도 불구하고 판매 단가는 kWh당 110원선이기 때문에 80원 이상 손해를 보고 전기를 팔고 있는 셈이다.
오는 10월 4.9원의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지만 하반기 SMP가 극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한전의 적자는 계속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한 번 더 연료비 급등을 반영한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단행할지 주목된다.
전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름철이 아니라 겨울이 진짜 문제"라며 "LNG 물량을 구하기조차 어렵게 되면 가격은 계속 치솟을 것이다.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거나 전력판매를 덜 하는(수요를 낮추는) 큰 변화가 없다면 결국 내년엔 정부가 세금을 끌어다 한전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