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압구정에선 수입차 타고 음주운전…경찰 단속에 줄줄이

서울경찰청 8월 21일까지 휴가철 음주운전 특별단속
22~23일 밤 압구정로데오 2시간 동안 4명 적발…2명 면허취소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 달간의 음주운전 특별단속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아깝다. 아, 죄송합니다. 음주운전하면 안 되죠".

22일 오후 10시 5분경, 검정색 포르쉐를 탄 20대 남성이 음주 단속에 걸렸다. 경찰을 본 순간 가속페달을 밟은 남성은 경찰의 제지로 단속에 응했다.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31%, 면허 정지 수준(0.03% 이상)이었다.

"한 번 더 측정하면 안 되느냐"고 물어보던 그는 "조금만 낮았으면 훈방 조치였는데 아쉽다"며 볼멘소리했다. 이의 있으면 채혈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남성은 "채혈해보면 훈방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인근 병원으로 떠났다. 채혈 시 혈중알코올농도는 측정기를 불었을 때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거리에서 오후 10시부터 23일 0시까지 2시간 동안 이뤄진 경찰 음주운전 특별단속에서는 총 4명이 적발됐다. 2명은 면허 정지, 2명은 면허 취소 수준(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이었다.

첫 번째 남성이 붙잡히고 약 10분 뒤 경찰의 음주운전 감지기가 또 한 번 울렸다. 경찰은 음주 측정 전 먼저 비접촉 감지기로 음주 여부를 판단한다. 이번엔 흰색 포르쉐였다. 10분 전 맥주 한 잔을 마셨다는 운전자는 음주 후 20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측정했다. '풍선 불 듯이' 길게 측정기를 불라는 말에 남성은 2초 정도 불고 말았다. 제대로 측정하자 혈중알코올농도 0.017%이 나온 그는 훈방조치됐다.

오후 10시 57분경엔 마세라티를 탄 30대 남성이 단속에 걸렸다. 경찰이 건넨 300mL 생수를 들이마신 그는 음주 측정기를 제대로 불지 않았다. 경찰이 "더 더 더 더"하며 격려했지만 빨대를 바꿔가며 여러 번 측정해야 했다. 결과는 혈중알코올농도 0.074%, 면허 정지 수준. 회식에서 소주 반병을 마셨다는 그는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 중이었다.

단속 한 시간 정도 지나 40대 여성이 또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 0.096%,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차에서 내린 여성은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와인 2잔을 마셨다고 했다. 붙잡힌 또 다른 40대 남성도 소주 2잔을 마셨다고 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는 0.126%, 역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도주한 차량도 있었다. 경찰은 즉각 사이렌을 울리며 해당 차량을 뒤쫓았다. 운전자는 음주 단속 골목을 빠져나와 학동로와 도산대로를 돌며 경찰과의 추격전을 벌였다. 현장을 이탈해 경찰 음주 측정에 불응했다면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죄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안전 장비를 미착용한 전동 킥보드 운전자도 이날 함께 단속됐다. 음주 상태는 아니었지만 신분증이 없다던 그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연신 손을 빌었다. 확인 결과 미성년자였던 그는 "면허 따고 헬멧 쓰고 타라"고 혼이 나며 계도 조치됐다.

이날 단속에 나선 강남경찰서 김정규 교통안전팀장은 "휴가철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음주운전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술 마실 자리가 있으면 가급적 차를 갖고 가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으면 대리기사를 불러서 귀가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전동 킥보드도 음주단속을 똑같이 한다"며 "개인형 이동장치(PM) 같은 경우 음주운전을 하면 10만원 과태료를 문다. 무면허로 운전하면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자로 같이 병합해서 처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22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음주운전 특별단속에 나선다. 경찰은 낮에는 한강공원과 유원지 등 서울 시내 피서객들이 몰리는 장소를 중심으로, 밤에는 이태원·홍대·압구정 등 유흥 밀집 지역에서 단속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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