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향후에도 0.25%p씩 점진적 인상 바람직"…시장에 메시지

"높은 물가 오름세 지속 전망, 기준금리 인상 기조 이어나갈 필요"
올해 3분기 말과 4분기까지는 고물가 유지된다고 판단
한은 금통위 오늘 0.5%p '빅스텝' 단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즉,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 하에서는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가 "향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성"을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한은 금통위는 8월과 10월, 11월 세 차례 예정돼 있다.

일단 가파른 물가상승세가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물가와 관련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황을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로 높아졌다"며 "높아진 수준뿐만 아니라 그 속도도 가속됐는데, 3%대 물가상승률이 5%대가 될 때까지 7개월이 걸렸지만, 5%대에서 한 달 만에 6%대로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물가 정점을 언제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올해 3분기 말이나 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답해 물가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과 4월, 5월에 이어 이날 '빅스텝'까지 여섯 차례 인상을 통해 11개월 사이 1.75%포인트나 올랐다.

하지만 대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현재의 물가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오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가 이날 이례적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도 의도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물론, 중장기적 물가상승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기대인플레션율까지 3.9%를 찍자,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물가 억제가 우선순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낮추려고 했기 때문에 올해 3, 4분기 후반부터는 물가상승세가 약간 꺾이는 모습을 보인다는 가정 하에서 0.25%포인트 인상으로 가면서 상황을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총재는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악화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된다거나, 반대로 경기침체가 심화되면 양쪽 방향 모두에서 (통화정책 운용을)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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