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핵심 인물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속 여부에 따라 향후 수사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최형원 부장검사)는 백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백 전 장관은 2017년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산업부 산하 13개 기관장에 대한 사직서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후임 기관장 임명에 대한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등 직권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산하기관 중 한 곳에 내정된 후임 기관장에 대한 인사를 취소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백 전 장관은 지난달 19일 이뤄진 한양대 사무실 및 자택 압수수색 당시 취재진에게 "(윗선의) 지시받고 움직이지 않았다"며 "항상 법과 규정을 준수해 업무를 처리했다"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사건과 구조가 유사한 과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법원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한 바 있어 검찰도 당시 법원이 내렸던 판단에 대비해 증거와 진술 등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은경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거나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서울동부지법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2년 형이 확정됐다.
이러한 전례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백 전 장관 소환조사 나흘 만에 속전속결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그만큼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거 등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수사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산업부에 머물던 검찰 수사는 윗선 규명으로 확대될 수 있지만 기각 시에는 백 전 장관만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역시 지난 9일 소환조사 때 백 전 장관의 직접 지시 여부 및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한편 백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두 번째다. 지난해 2월 대전지검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을 지시했다며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백 전 장관은 이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