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앞으로 1년간 남은 임기에 대한 비전을 밝히며 "이제 제대로 자기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까지는 제게 주어진 '전시 역할' 때문에 항상 무기를 들고 싸웠지만, 이제는 그 무기를 녹여 만든 농기구로 밭을 갈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 혁신위원회 출범을 공언하고 우크라이나로 향한 이 대표에게 같은 당 중진 정진석 의원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것을 계기로 연일 설전이 오가는 등 최근 당내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겨냥한 메시지다.
"선거 승리로 전반기 임무는 수행…남은 1년, '자기정치' 하겠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지선 승리와 대선 승리 등으로 우선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목표는 다 달성했다"며 이제는 "제가 이루고 싶은 세상, 제가 옳다고 생각한 정책을 담은 당을 만들기 위해 제 의견을 더 많이 투영시키겠다"고 말했다.선거를 앞둔 비상체제에서 맡은 당 대표의 제한적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목표와 정체성을 담아낸 자기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이다.
혁신위를 통한 당원민주주의적 담론 형성으로 강성 당원과 보수 유튜버들과 결별하겠다는 점은 이같은 선언의 상징적인 일면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우리가 당에서 만들어내지 못한 담론들을 유튜버 등이 대신하면서 보수세력의 담론이 저열해진 것을 되돌려야 한다"며 "여당이 되고서도 유튜버들이 '슈퍼챗'을 받아내겠다고 만든 담론들을 저희가 좇아갈 순 없다"고 강조했다.
또 "보수당 대표가 되면 가장 빠지기 쉬운 유혹이 극단적인 강성보수적 관점에 싸여있는 분들과 비슷한 이야기와 생각을 하면서 '영웅'이 되길 바라는 것인데, 그걸 뿌리치지 못해 지난 5년간 당세가 위축되고 의원 수는 선거를 치를 때마다 줄어들었던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시절엔 결국 그 적을 무한히 만들어내다가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가 세상의 절반을 적폐, 토착왜구로 몰다가 민주당이 재집권에 실패한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
또, 당대표인 자신과 대통령실, 원내의 원활한 소통을 기반으로 '익숙함'과 '자연스러움'에서의 탈피를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번이 최적의 기회란 설명이다. 그는 "꼭 청와대 관저에서 살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 없는 대통령과, 관용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당 대표가 같이 할 수 있는 탈권위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탈권위는 보수의 어젠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관계 맞지 않는 비판, 이젠 참지 않겠다"…"7월, 더 강력한 서진 전략 온다"
그러면서 이같은 자신의 행보를 비판하는 이들에겐 날선 경고를 날렸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저에 대해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비판을 가해오신 분들에 대해 많이 참고 필요한 대응만을 했지만, 그로 인해 저 개인의 자기정치 측면에서 입은 피해는 너무 심각했다"며 "이제부턴 그런 것들을 따져묻고 당당하게 논쟁하고 옳은 방향으로 세상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친이계, 친박계가 서로 공천 학살을 벌이던 경험에 젖어 있는 우리 당 4선 이상은 그런 생각밖에 없다"며 "그 트라우마가 있는 건 알겠는데,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 또 죽는다. 모든 걸 당권싸움으로 몰아가는 본인들만의 세계에서 개혁을 발목 잡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안 했으면 한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갈등을 벌여온 정진석 의원에 대해서는 "공천권이 그렇게 대단한 권한이라면 그걸 정 의원에게 드린 건데, 고맙단 소리는 못 들을망정 선거가 끝나니 저를 공격하는 건 무슨 상황이냐"며 특히 우크라이나행 준비 과정에서 정부 측이 난색을 보였다는 지적을 두고선 "그런 얘기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둘, 유튜버와 정 의원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한편 스스로 꾸준히 추진해온 호남친화적 '서진정책'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여당이 됐지만 앞으로 1년도 적극적인 공세를 펴나가겠다. 더 강한 수준의 서진 전략은 다음달부터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두려워할 만한 강도로 추진해 다음 총선에선 호남지역에서 많은 당선자를 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이른바 청년정치에 대해서도 "정치를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이나 언론의 지칭을 제외하고, 제 입에서 '청년정치인'이란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것이 제 역할을 얼마나 속박하는 것인지 알기 때문"이라며 "왜 젊은 정치인들에게 외교, 국방, 경제, 사회 담론을 다룰 공간을 열어주지 않고 청년 대변자의 역할을 맡기려 하나. 앞으로 정치권의 젊은 세대는 배려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돼야 한다. 젊은 사람이 역할을 했을 땐 그에 맞는 권위가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