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차기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투쟁에 일찌감치 막을 올린 분위기다.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이준석 대표의 최근 정치적 행보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그 결이 다르다는 것도 눈에 띈다.
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오는 24일 전후로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 관련 징계 논의가 본격 이뤄진다. 윤리위 결정에 따라 이 대표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지만, 대선과 지선을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 이준석 체제가 끝나게 될 경우,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는 이 대표의 잔여 임기 동안만 일하게 된다. 공천권이 없는 당 대표, 더 정확히는 자원자가 부족한 당 대표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 전대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차기 선거까지 온전히 임기를 가져갈 당 대표가 선출되려면, 빨라도 1월은 돼야 이 대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때문에 현재 '이준석 대 윤핵관' 구도로 보이는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차기 당권 자체라기 보다는 새정부 초반 당 내 주도권을 놓고 진행된다고 보는 게 맞다는 게 당 안팎 공감대다. 이 대표가 지난 2번의 선거 승리 경험을 바탕으로 당 공천 개혁 등 당내 현안에 드라이브를 걸자, 새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며 맞서는 형국인 셈이다.
한마디로 2년 뒤 국회의원 선거와 의원들의 공천권을 쥔 당 대표 선거에 앞선 헤게모니 다툼이다. 동시에 윤 대통령의 과거 입당 과정에서부터 있었던 이 대표와 친윤 그룹 간 구원이 지방선거 이후 분출된 것이기도 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친윤 그룹 입장에선, 경쟁자를 때리며 커 온 이준석 대표가 언젠가는 윤 대통령과 그 주변을 공격할 것이란 기본적 불신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깃발을 든 쪽은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면서 일찌감치 윤 대통령을 돕고 나섰던 5선의 정진석 의원이다. 그는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행과 당 혁신위 출범을 통한 공천 개혁 추진에 대해 "자기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라며 전날 공개 비판에 나섰다. 역시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도 지난 5일 '이준석 혁신위'의 혁신 개념이 협소하다는 취지로 에둘러 어깃장을 놨다.
친윤그룹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혁신위에 대해 "인적 구성과 아이템 등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한 데 좀 성급했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정 의원과는 달리 이 대표를 '저격'했다기 보다 당내 여러 의견을 감안해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대놓고 각을 세운 정 의원과는 결이 좀 다르다.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 의원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좀 더 강하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곧바로 당을 친윤 체제로 개편하려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의 향방이 윤 대통령의 뜻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 의원이 예상 일정보다 일찍, 용산 집무실의 뜻과는 상관 없이 선전포고를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장 '윤핵관 중의 윤핵관'이라는 수식이 붙는 장제원 의원의 경우, 중요 현안에 공개 발언을 해왔지만 이번 사태에선 조용하다. 당권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김기현 의원도 윤 대통령과의 소통이 원활한 편이지만 관망 중이다.
당내에서는 다음 당 대표 권한인 공천을 현 대표가 개혁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과, 공천을 시스템으로 하겠다는 이 대표의 발상이 지지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며 전선이 확장되고 있다. 국회 원구성 협상 등 중요하게 처리할 이슈들이 묻히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혁신위에서 어떤 결론이 나와도, 그게 실제 2년 뒤 공천에서 반영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급한 일이 많은데, 굳이 당내 분란만 되는 이슈를 제기했으니 자기정치 논란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3선의 조해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차기든 현직이든 공천권이 당대표에게 있다는 발상 자체가 반민주적이며 혁파해야 할 제1 대상"이라며 "공천권은 당원과 국민에게 있고, 이를 제도화하고 시스템화하는 것이 공천개혁의 핵심"이라고 이 대표를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