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끝까지 간다" 좌충우돌 강용석이 겨냥한 '10%'의 착각

막판 사퇴없이 '완주' 공언한 강용석
어부지리 안 만들겠다더니 자가당착
논란들 야기, 정치철학보다 개인만 부각
복당과 정치적 재기 명분 상실 자명
절친 김세의도 완주 결단에 갈등 조짐
결국 유권자 혼란…정치 혐오만 부추겨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SBS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경기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강용석 무소속 경기도지사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무소속 강용석 경기도지사 후보가 끝내 선거 완주를 택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에게 조건까지 내걸며 후보 단일화를 재촉했던 강 후보다. 그가 사전투표 전날인 26일 돌연 "뒤에서 뭘 받고 마지막에 사퇴, 절대 그런 짓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숙적'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뇌물수수 의혹 공소시효가 남았다며 출국금지·수사를 요청하는가 하면, 김 후보를 향해 "재산누락신고는 중대범죄다. 사퇴하라"며 공격수위도 한층 거세졌다.
 
30일에는 김 후보의 재산신고액 과소 허위신고, 배우자 증권 누락 공표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 공고를 근거로, 김 후보 사퇴를 전제로 한 후보 단일화에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겉으로 선거 완주를 외치지만 후보 단일화에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 동시에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이 대표와 김 후보에게 떠넘기며 분노에 찬 비난을 퍼붓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단일화 카드로서 대접받지 못한 데 대한 '몽니'라는 해석이 나오는데, 이는 본인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발단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의 통화 관련 발언이었다.
 
대통령도 보수 단결에 관심이 있다는 취지로 통화내용을 공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라며 공격할 빌미를 줬다는 이유로 되레 단일화 반대 여론만 커졌기 때문이다.
 
애초 그가 최대 격전지인 경기지사 선거판에 뛰어든 것을 놓고는 수권정당으로의 복귀와 재기 발판 마련이라는 '정치적 실리 챙기기'가 궁극적 목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강 후보는 노골적으로 단일화 제안을 하면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시 보수층이 염려해온 표 분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거 완주를 하겠다며 엄포 놓기를 반복했다.
 
그런 그에게서 다수가 인정하는 뚜렷한 정치 철학이나, 소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군소정당 후보로서의 면모는 찾기 어렵다. 오직 '강용석' 개인만이 보일 뿐이다.
 
그러면서 강 후보는 완주 명분이자 목표로 "10% 이상 득표로 현실 정치판을 바꿔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10%' 달성이 정치판에 의미 있는 변화와 메시지가 될 수 있을까?
 
이미 그는 "어부지리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게는 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공언을 뒤집었다. 보수 승리를 위함이라며 단일화를 촉구해놓고, 일관성 없이 자가당착에 빠진 셈이다.
 
강 후보의 지지층은 친박근혜 세력을 중심으로 한 극우층이 대다수다. 선거가 초박빙인 상황에서 캐스팅보터로서 몸값이 오른 배경이자 원동력이었다.
 
그럼에도 10% 넘게 득표하겠다는 건 보수표를 더 끌어오겠단 의도로 풀이되는데, 이게 과연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포부와 당초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도 부합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득표율 10%를 전제로 선거 후 창당 계획도 내놨지만, 이 역시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철학이 분명치 않은 상황에 뜻을 나눌 세력이 따를지 물음표가 붙는다.
 
아무리 유튜브를 통해 쌓아온 방송인 강용석의 인기와 팬덤이 자자하다지만, 명성만으로 제3정당을 만들고 새 정치를 한 성공한 사례는 양당 중심인 우리 정치사에서 찾기 힘들다.
 
"끝까지 가겠다"는 그의 선택이 유권자든, 본인이든 득 될 게 없는 '패착'으로 읽히는 이유다.
 
이처럼 완주를 고집한 배경에는 그를 배격하는 당내 부정적 여론이 크게 작용해왔다. 이로 인해 타협점을 찾지 못한 강 후보가 독단적으로 '이판사판' 전략을 편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강 후보 입장에서는 한때 5~10% 안팎이었던 지지율이 공표금지일 직전 이뤄진 일부 여론조사에서 2~3%대로 떨어지면서, 국민의힘이 단일화에 거리를 두려하자 다급했을 것이다.
 
그의 절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조차 "몇몇 사람들이 환호해주고 박수쳐주니 좋은가?", "나중에 자리 하나 받을까하는 정치 꿈나무들과 잘 지내시기 바란다"며 그의 무리한 선거 완주를 비꼬는 듯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전 교감 없이 독단적으로 완주 결정을 함으로써, 당선 목표가 아닌 정치적 실리 챙기기라는 '초심'을 잃은 데 대해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결국 강 후보의 출마와 완주는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울림을 주기보다는 의혹 제기와 고발전으로 뒤덮인 혼란을 야기해, 정치 혐오감을 부추기는 결과만 낳은 모양새다.
 
10% 이상 득표에 대한 그의 호소가 그래서 더욱 공허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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