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밤샘근무?…IT업계 만난 중기장관, 주52시간제 도마에

"주 52시간 자체가 아니라 일률적용이 문제"
'장시간 노동' IT업계서도 의견 분분


스마트이미지 제공

문재인 정부에서 자리 잡은 '주 52시간제'를 두고 새 정부의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고용노동부는 물론이고 중소벤처기업부 등 산업계에서도 현장 의견수렴에 나섰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26일 경기도 판교 소재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존에서 게임 및 소프트웨어 중소벤처기업 대표들을 만나 주 52시간제의 적용 현실과 개선 방향에 대해 물었다.
   
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주 52시간제가 직무, 업종의 특성이 고려되지 못한 채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도입돼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와 함께 기업 경영에 지장이 없도록 산업 특성별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절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 52시간제 자체가 '나쁜 제도'라기보다는 일률적인 적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인력수급·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IT·벤처업계 등 52시간제로 특히 어려움이 가중된 중소기업의 실태 파악으로 초점을 맞춰지고 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창원 기자
   
중기부는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 SW 인력시장에 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해 국내 벤처기업의 63%가 SW분야 인력수급에 대해 '어려운 편'이라고 응답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주 52시간제 개편 논의는 이미 새 정부 출범부터 예견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며 주 52시간제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서울 금천구의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주 52시간제와 관련한 어려움을 물었다. 당시 참석자들은 '중소기업의 경우 주문량이 들쭉날쭉해 예측하기 어려운 데 주 52시간으로 경직된 근무제도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새 정부가 주 52시간제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업 대표들과 노동자 측의 입장은 다소 부딪힐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이날 이영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노조가 없는 게임 회사도 상당히 많은데 노사 합의를 통한 유연성 확대는 직원들에게 불리하다"며 "인원을 더 뽑는 대신 노동자들을 혹사시키는 방안을 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IT 업계의 과로사 문제 등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인해 주 52시간제가 생긴 만큼 업종별로 열외를 허락할 경우 금세 근무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추가 보수만 확실히 받을 수 있다면 근무시간을 유연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도 있다. 한 게임사 직원은 "포괄임금제부터 폐지하고 초과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강한 노동자 조직이 있다면 근로시간 유연화가 합리적일 수 있다"며 "다만 중소·영세기업일 수록 이같은 선행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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