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부르짖더니…올드보이 넘쳐나는 선거

[지선 D-6]
중량급 정치인들의 나란한 지역行…'관록의 정치' 뒤 가려진 새 얼굴의 정치

왼쪽부터 김용락 국회의원 후보,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 서재헌 대구시장 후보, 강민구 수성구청장 후보. 김세훈 기자

'586 용퇴론'과 청년 할당제, 청년보좌역 대거 영입 등 앞다퉈 '청년 정치'를 표방했던 여야의 포부가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전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대선급 주자들은 물론, 3선 이상 중진 국회의원 출신이 대거 지역으로 직행한 것은 상징적인 현상이다. 이 중 일부는 소속 당의 지지세가 높은 '꽃길'로 향하는데, 해당 지역과 관련된 정치 연고나 경험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지역행은 정치적, 또는 지역적 경험을 쌓은 이들의 노련한 역량을 높이 산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신인 청년층의 정치 진출 경로와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우려가 만만찮다.
 

'대선급' 주자들, 2달 만에 '꽃길' 닮은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형선 의원. 연합뉴스

지난 3월 치러진 대선에서 지지율 선두를 다퉜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다음 행선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인천계양을 지역이었다.
 
계양을이 직전 송영길 전 의원이 5선을 지낸 민주당 우세지역이란 점에서 이 후보의 계양행은 '꽃길'로 일컬어진다. 심지어 불과 2달여 전 대선에서 0.73%p 차로 패한 이 후보의 정치적 중량감, 성남시장과 경기지사의 이력을 고려했을 때 명분마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선급 주자의 꽃길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후보와 더불어 지난 대선에서 거의 막판까지 경쟁을 펼쳤던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이후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으로 향했다.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가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합동출정식에서 신상진 성남시장 후보와 함께 유세를 하는 모습. 성남=박종민 기자

분당갑 지역은 보수세가 강할 뿐만 아니라 최근엔 이른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의 영향으로 여당에 유리한 여론이 형성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안 후보는 국민의당 대표를 지내며 3차례 대선에 출마하고, 이번 정부 출범 직전엔 인수위원장 역할을 했고, 그간 서울 노원병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안랩' 본사 등 부연 설명이 붙지만, 분당갑 지역에서 정치적 연고나 경험은 없다. 안 후보의 행보에 이 후보를 향한 것과 비슷한 결의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진의원들의 지역行 러시…일부는 '정치적 무연고지'로까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강북 누구나 역세권' 정책공약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이번 선거에서는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지역행도 두드러진다. '용퇴'를 시사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대표적이다.
 
인천계양을에서 5선을 지내고, 당 대표까지 지낸 송영길 후보는 뚜렷한 지역 관련 정치 경험이 없는 서울시장직으로 방향을 틀었다. 부동산 등 민주당 여론이 악화한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포부였지만, 당내에선 대선 패배 이후 컷오프 논란과 '구인난' 끝에 결국 새 얼굴을 세우지 못했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영선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는 비례 2선에 경기 고양일산지역에서 2선을 지낸 4선 의원 출신 김영선 의원이 있다. 경남 출생이지만 역시 대부분의 정치 경력을 타지에서 쌓아왔다는 점에서 당내에서도 "솔직히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앙정치로 오랜 기간 경력과 인지도를 쌓은 이들도 있다. 이들의 지역 연관성과 경험은 경선 경쟁력과 명분에 힘을 싣지만, 역시 지역 행정에 전문성을 갖춘 '새 얼굴 발굴'에선 여야 모두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3번째 대구시장으로 출마한 5선 의원 홍준표 후보, 충남지사로 나선 3선 의원 김태흠 후보 등이, 민주당에선 충북지사로 나선 3선 의원 노영민 후보, 광주시장으로 나선 3선 의원 강기정 후보 등이 있다.
 
한편 민주당 계열에서만 4선을 지냈지만 이번엔 국민의힘 소속으로 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영환 후보도 있다. 김 후보는 경기 안산지역에서만 4차례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
 
이밖에도 서울에서만 3명의 초‧재선 전직 국회의원들이 기초자치단체장인 구청장 선거에 나선다. 종로구청장에 재선의 정문헌 전 의원, 서대문구청장에 이성헌 전 의원, 성북구청장에 초선의 정태근 전 의원이다.
 

새 얼굴과 비전은 어디에


이는 새로운 인물의 정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기초‧광역의원의 30%를 청년(만 45세 이하)에게 할당하기로 했던 민주당의 실제 공천 비율은 20% 안팎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의힘의 경우 이같은 할당 방침을 세우진 않았지만,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청년정치를 하겠다'하고서는 다시 도루묵이 되는 현상이 여야를 막론하고 반복되고 있다"며 "경험 있는 정치인들의 능력은 존중받아 마땅한 반면, 일부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과정을 거쳐 공천을 받기도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새 인물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인력 선순환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공천에서 경선이 확대되고 있는 게 경험과 인지도가 부족한 정치 신인들에게 꼭 좋은 게 아니다"라며 "지난 10년여 동안 정계에 '깜짝' 영입되고서도 공천 과정 등에서부터 밀려 자리를 못 잡고 떠난 신인들이 한둘이 아닌데, 각 정당의 신인 영입과 육성 시스템 전반에 대한 고민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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