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건 다 팔겠다'는 한전…'6조원 자구책' 먹힐까

연합뉴스

지난해 5조8천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만 7조8천억원 적자를 낸 한국전력공사가 6조원대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출자회사 지분부터 부동산, 해외 사업장까지 한 마디로 '돈 되는 것은 다 팔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팔 수 있는 것을 다 팔아도 1분기 손실조차 메꾸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근본적으로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자회사 지분·변전소 부지 제값 받고 팔 수 있을까

18일 한국전력이 발표한 6조원 규모 자구노력 방안. 한전 보도자료 캡처

한국전력은 18일 발전자회사 등 11개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전력그룹사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최근 경영위기 상황에 대해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긴축경영을 통해 총 6조원을 마련하는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출자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만 빼고 총 8천억원 규모의 지분을 매각하고, 부동산 매각으로는 총 7천억원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매각 대상으로는 한전기술 지분 4천억 원 규모(14.77%)와 한국전기차충전 지분 매각을 확정했고, 한전KDN 등 비상장 자회사 지분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상장한 후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운영·건설 중인 모든 해외 석탄발전소도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등 해외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서도 1조9천억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투자사업을 이연하고 발전소 예방정비 공기를 단축하는 등 긴축경영으로 2조6천억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다만 1분기 영업손실 규모만 7조8천억원에 달하는데다 올해 20조원의 영업손실이 전망되면서, 자구계획이 모두 실현되더라도 손실을 메꾸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미 매물로 나와 있던 변전소 부지 등은 지리적 특성상 매각 진행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았고 출자지분도 매각 시 가격이 어떻게 변동되느냐에 따라 자금 확보에 변수가 큰 상황이다.
   
한전KDN 등 비상장사의 경우 증권시장에 상장한 후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으로, 상장 여부와 시장가격 형성 등 아직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자구계획 규모가 (손실에 비해) 한참 부족한 수준인 것은 맞지만 뭐라도 해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헐값·부실매각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시장상황에 맞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 만회, 결국 전기요금에 달렸다"

박종민 기자

결국 한전의 적자를 만회하려면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이 전기를 사올 때 발전사에 내는 전력도매단가(SMP)는 지난달 킬로와트시(kWh)당 202.11원(육지·제주 통합)을 기록해 사상 처음 200원을 돌파했다. 한전이 가정 등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전력 단가는 110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국제 연료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적자가 계속 누적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전기요금 체계를 시장가격에 맞게 연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전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국 등 유럽에선 올해 들어서만 최소 30~50%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졌다"며 "국내 전기요금도 적어도 30%는 올려야 한전의 손실을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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