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을 받은 국민이 거의 '제로'에 가까울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북한 인구 최소 148만 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관련된 정보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제한된 편"이라며 "다만, 북한에서 발표하는 보도 내용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들을 보면, 상당히 많은 수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추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예방접종률은 아직까지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되고 있지 않지만, '백신 접종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사실"이라며 "이런 경우에 변이 (발생) 여부는 사실 미지의 영역"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발생이 많은 국가일수록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알파(영국), 델타(인도), 오미크론(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모두 코로나19가 대규모로 유행한 나라들에서 처음으로 보고됐다.
다만, 북한의 경우 중국 우한에서 유래한 초기 바이러스부터 델타, 오미크론 변이를 차례로 겪은 우리와 달리 오미크론이 최초로 노출된 코로나19라는 차이가 있다. 또 한국과 해외 주요국들처럼 국가 주도 예방접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전무(全無)한 '무방비' 상태라는 점도 유념할 대목이다.
이 단장은 "지금 오미크론 변이가 한 번도 코로나를 접촉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해 다수로 확산될 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한 것들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관심을 가지고 주목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의 국가가 진단법으로 채택해온 PCR(유전자 증폭) 검사는 물론 신속항원검사 등 확진을 판단할 체계가 전혀 없는 상황도 문제다. 현재 북한은 코로나 임상증상의 일부인 발열을 기준 삼아 '확진자'가 아닌 '유열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잠복기에 있는 무증상자 등을 포함하면 실제 감염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단장은 "북한 쪽 발표에 따르면, 발생자 대비 사망자 수는 적어서 치명률이 낮게 보고되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사회체계라든가 방역시스템이 좀 다르기 때문에 어떠한 평가는 어렵지만 외국과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낮게 보고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백신 유통에 필요한 '콜드체인'이 북측에 구축돼 있는지와 관련해선 "콜드체인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보편적으로 사용 가능한지에 대한 것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대본은 향후 백신·치료제 등의 지원 계획을 묻는 질의에 대해 "어제 통일부에서 북측에 오미크론 변이 발생과 관련해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 등을 제공하고 또 우리 측의 방역경험을 토대로 기술 협력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통일부는 전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코로나19 방역협력을 위한 실무접촉을 북측에 제안했지만, 이틀째 응답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