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 공수처, 첫 돌에 "미숙함 송구…설립 명분은 유효"

검사·수사관 완전체 된 지 1주년 기자간담회

김진욱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윤창원 기자
새 정부 출범으로 존폐 갈림길에 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김진욱 처장이 16일 권력기관 견제라는 설립 명분을 강조하면서도 그간의 미숙한 사건 처리에 머리를 숙였다.

김 처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이라는 오래된 과제, 권력기관 견제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공수처가 독자적인 수사기관의 모습을 갖춘 지 1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공수처의 공식 출범은 지난해 1월이었지만, 그해 4월부터 검사·수사관이 임명돼 5월 중순에 인적 구성이 완료됐다.

김 처장은 우선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미숙한 모습들 보여드린 점 먼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러나 비록 공수처가 극심한 논란 끝에 탄생했고 국민의 기대에 맞지 않는 모습들도 보였지만,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의 대의명분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의 상징성을 갖고 탄생했지만, 그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부실한 수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고 정치적 입건 논란, 무분별한 통신 사찰 논란까지 휩싸였다.

김 처장은 "공수처는 우리 사회가 안고 온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장기간 논의와 논란 끝에 어렵게 도입된 제도"라며 "이왕 도입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법질서 안에서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했다.

박종민 기자
공수처가 처한 열악한 상황을 토로하며 잇단 논란의 원인이 제도 자체의 맹점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처장은 "수사 대상 고위공직자가 7천명이 넘지만, 검사 총원이 처·차장 빼고 23명에 불과해 검사 인원수로는 최근 개청한 남양주지청과 비슷한 규모"라며 "수사를 지휘할 부장검사 2명은 공석이고 수사관 8명도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는 정원이 너무 적게 법에 명시된 관계로 인력 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며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상시적인 인력 부족 문제도 조만간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수처법 시행일에 맞추느라 독립청사도 없는 유일한 수사기관이 됐고, 과천청사에 급히 입주하는 바람에 수사 보안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도 다음 달이나 돼야 구축돼 그때까지는 사건관리업무도 수기로 처리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공수처가 지금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데에 공수처 제도의 설계상 미비점이나 공수처법상 맹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 주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김 처장은 "비록 주어진 여건은 녹록지 않지만, 초대 공수처의 책임자로서 공수처가 왜 설립되었는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진해 최대한 빨리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범죄 수사와 공소 유지 역량 등이 충분히 제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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