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터리 업계는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 거리를 늘리면서 충전 시간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흑연 음극재를 통한 성능 개량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대체 원료인 실리콘을 활용한 음극재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원료로 평가받고 있다.
11일 시장전문조사업체 SNE리서치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 수요는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약 70%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는 시장 규모가 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배터리 수명, 충전 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소재(양극·음극·분리막·전해액) 중 하나다. 양극재에서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더라도 이를 저장하는 역할인 음극재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현재 음극재 원료는 주로 흑연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흑연은 규칙적인 결정 구조로 안정적이며 가격이 저렴한 게 특징이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실리콘 음극재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하면 충전 속도를 줄이고 배터리 용량을 확대할 수 있다. 다만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문제가 있다. 충전이나 방전에 따른 부피 팽창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배터리 업계에서는 부피 팽창 부작용에 대한 개선과 실리콘 구조 안정화를 위한 연구 개발이 실리콘 음극재가 배터리 시장에서 자리 잡는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세계 최초로 기존 흑연으로 구성된 음극재에 실리콘 소재를 넣는 기술을 적용했다. 실리콘 5% 음극재를 적용한 기술이다. 현재는 실리콘 함량을 7%로 늘려 적용하는 기술을 추진 중이다. 실리콘이 5% 함량된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에 탑재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콘 첨가 시 부피가 커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CNT(탄소나노튜브)' 도전재를 첨가해 부피 팽창을 막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 도전재는 전기와 열의 전도율이 구리와 같으면서 강도는 철의 100배에 달한다. 기존 카본블랙을 사용할 때보다 전도율이 10% 이상 높다. 도전재 사용량도 30% 줄일 수 있어 배터리 용량과 수명을 늘리는데 용이하다.
삼성SDI도 'SCN(Si-Carbon-Nanocomposite)'란 실리콘 음극 소재를 독자적인 특허를 가지고 상용화하고 있다. SCN 기술은 실리콘을 이용해 배터리 음극의 용량을 높인 것이다. 머리카락 두께 1천분의 1 크기로 나노화한 뒤 이를 흑연과 혼합해 하나의 물질처럼 복합화 한 소재다. 실리콘과 흑연을 혼합해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방안을 고안한 것이라고 삼성SDI 측은 설명했다.
실리콘 음극재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SK온도 제품을 양산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이룬 상태다. 다만 SK온은 실리콘 음극재를 상용화할지에 대해서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SK온 관계자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 개발과 관련해 일정 부분 성과가 있다"면서도 "배터리 시장에서 요구하는 필요성이나 소재 수급,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했을 때 추가로 들어가는 도전제와 같은 비용과 같은 경제성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