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요동치는데…한미 통화스와프, '만능키' 될까

환율 상승 마감. 연합뉴스

미국의 긴축 기조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자 한미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원화 약세를 방어할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통화스와프를 만능으로 여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4원 오른 1276.4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80원을 넘어서며 전 거래일에 이어 3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갱신했다.

고환율로 원화값이 추락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상 적정 수준의 원화 약세는 국내 생산 제품의 해외 시장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져 수출 기업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현재는 수출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의 통화 가치도 함께 하락하고 있어 이러한 효과를 누리기도 어렵다. 대신 고환율에 따라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안 그래도 심각한 수준인 물가 상승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통화스와프를 맺으면 달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돼 환율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위기감이 커지면서 정치권이 반응했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의제가 긍정적으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1일 미국과 정상회담을 갖는데 이 자리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은 외환·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있을지가 미지수다. 미국은 영국과 일본, 유럽연합 등 주요 통화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미국 역시 유로와 파운드, 엔화가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쓰기 위한 필요에 의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원화의 위상이 미국이 상시 통화스와프를 맺을 만큼은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미국과 상시 스와프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미국과 상설 스와프를 가진 나라들은 전 세계적인 금융허브라 하는 그런 국가들"이라면서 "(우리가) 상시 스와프가 되기 어려운 상태에서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현재 나타나는 경제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키'로 여겨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를 맺는다고 당장 우리나라 금융 상황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긴급하게 위기 상황을 막기 위해 맺는 통화스와프가 있고 영국, 일본과 미국이 맺은 것처럼 상시적인 것이 있는데 이를 구분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통화스와프가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며 "상시적, 장기적인 통화스와프를 맺으려면 우리도 갖춰야 할 요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외환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통화스와프는 중요하다. 다만 미국이 동의해 줄지가 중요하다. 또한 (통화스와프를 맺는다고 해서) 물가 상승을 비롯한 전반적인 (단기적인) 경기 상황 불안 등이 다 해소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객관적으로 우리나라 외화유동성 등을 고려했을 때 한미통화스와프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달러 강세장이어서 생기는 현상임을 고려했을때도 그렇다"라면서도 "다만 시장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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