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9일 새 정부의 15개 부처 차관급 20명에 대한 인선을 발표했다. 1기 내각을 구성할 장관들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비토'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당분간 차관 체제로 운영하며 '반쪽 짜리' 출범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윤 당선인을 가까이에서 보좌할 부속실장은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을 내정했다.
윤 당선인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윤 당선인은 정부 운영에 어떤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번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며 "취임 즉시 관련 내용에 서명하고 발령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차관 등을 제외한 15개 부처 신임 차관 내정자들은 주로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은 관료들로 구성됐다. 기획재정부 1차관엔 방기선 아시아개발은행 상임이사, 2차관에는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방 내정자와 최 내정자는 행시 34회로, 기재부 출신 정통 경제 관료들이다.
외교부 1차관에는 조현동 유엔산업개발기구 한국투자진흥사무소 대표, 2차관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비핵화 협상을 주도했던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각각 지명했다. 외무고시 19회로 입문한 조 내정자는 외교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 이명박(MB) 정권에선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대외전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역시 외시 19회 출신인 이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겸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대선 과정 초기부터 윤 당선인 캠프에 합류해 외교‧안보 정책을 지원했다.
통일부 차관에 김기웅 전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을, 국방부 차관에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충남 천안갑에 출마해 낙선한 신 내정자는 윤 당선인 캠프 글로벌비전위원회에서 활동한 데 이어 인수위에선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을 맡았다.
행정안전부 차관은 한창섭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김성호 행안부 재난관리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자진사퇴로 인해 당분간 대행 체제가 불가피한 교육부 차관에는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을 지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는 전병극 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는 김인중 농림부 차관보가 내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장영진 전 산자부 기획조정실장, 통상교섭본부장에는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각각 지명됐다.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는 전병극 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김인중 농림부 차관보,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장영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통상교섭본부장은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임명됐다.
보건복지부 1차관에 조규홍 유럽부흥개발은행 이사, 2차관에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환경부 차관에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고용노동부 차관에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 국토교통부 1차관에 이원재 인청경제자유구역청장, 해양수산부 차관에 송상근 해수부 해양정책실장,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임명됐다
윤 당선인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할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강 전 검찰총장 비서관을 임명했다. 윤 당선인은 대검 중앙수사부 평검사 시절부터 강 전 비서관과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인사수석을 대체하는 인사기획관에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총무비서관에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 등을 임명한 데 이어 검찰 시절 최측근 인사들을 대통령실 주요 보직에 배치한 셈이다.
초대 국가정보원장은 김규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고,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김 내정자는 외시 14회 출신이다. 김대중 정권에서 청와대 비서실 파견 근무, 노무현 정권에선 국방부 국제협력관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을 다뤘다. 박근혜 정권에선 외교부 1차관과 국가안보실 1차장,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겸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역임했지만, 현 정부에선 세월호 사고 관련 보고 시각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