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끝에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예람 중사에게 2차 가해를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준사관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면담강요 혐의만 인정됐는데, 해당 준사관은 항소했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달 15일 군인등강제추행,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와 보복협박 혐의로 기소된 노모 준위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그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노 준위는 지난 3월 2일 성추행 사건이 처음 발생한 다음날인 3일 오전 10시 30분쯤 관련 보고를 받고, 사무실에서 피해자 이 중사에게 "장 중사를 보내려면 다른 사람 처벌은 불가피하다. 공론화를 시켜야 분리랑 전속이 가능한데, 공론화를 하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다 피해가 간다"고 말하며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이밖에 이날 저녁 피해자와 저녁을 먹으며 회유를 종용한 직후, 2019년 4월 이 중사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모 준위 사건에 대해서도 "앞전에 윤 준위 얘기는 (신고)하지 마"라며 위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았다. 윤 준위는 관련 혐의로 지난 2월 25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노 준위 본인도 2020년 7월 10일 충남 서산에 있는 한 노래방에서 피해자와 함께 노래를 부르던 중 왼손으로 어깨를 감싸안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노 준위 측은 3월 3일 오전에 이 중사에게 그러한 말을 한 적 자체가 없으며, 성추행 또한 하지 않았다고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일단 3월 3일 오전 레이더반에서 있었던 대화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공론화를 하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피해가 간다"는 말도 실제로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대화에 대해 검찰은 주위적 공소사실로 보복협박, 예비적 공소사실로 면담강요 혐의를 적용했는데 법원은 보복협박을 무죄, 면담강요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사실관계가 달라졌다기보다 법리를 어떻게 적용하느냐 차이다.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하는데 재판부는 여기까지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노 준위가 "너도 다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맥락에 비춰 보면 '너도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 되는데,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이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해악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내가 직접 징계를 하겠다'는 내용보다는 '네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장래의 불이익을 암시하고 예견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노 준위는 징계권자가 아니며, 징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어려운데다, 그럴 위치에 있다고 치더라도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명시적·묵시적인 언동을 한 적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 대신 '위력'은 행사됐다고 판단해 예비적 공소사실인 면담강요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3월 3일 밤에 있었던 대화에 대해선 보복협박이 아니라 면담강요 혐의만을 적용했는데 법원은 이것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 중사가 노 준위의 "앞전에 윤 준위 얘기는 (신고)하지 마"라는 발언에 "그거는 관련된 일도 아니고 생각 안 하고 있었습니다"고 답했는데, 이 중사가 노 준위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 노 준위가 위력을 행사한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2020년 7월 노래방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찍혔던 동영상이 증거로 제출됐는데 이 영상에선 노 준위가 이 중사를 향해 왼쪽 손을 뻗다가, 접촉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른쪽 어깨 아래쪽 부위를 지나면서 영상이 끝난다.
단, 당시 영상을 찍은 이는 노 준위가 이 중사를 만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 이외에도 현장에 최소 2명 이상이 더 있었다고 한다.
재판부는 "검찰은 방향과 속도에 미뤄볼 때 경험칙상 왼쪽 어깨 부분을 감싸안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노 준위는 지난해 6월 구속됐다가 재판 도중 보석으로 석방됐었는데, 재판부는 선고 당일 보석을 취소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노 준위 측은 항소해 고등군사법원에서 2심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