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한 축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이어 3일에도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에 나선다. 이번 주 안에 검수완박 관련 법안이 모두 국회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서 '공직자 범죄'와 '선거 범죄'를 모두 제외하면서 정치인에겐 사실상 방탄 법안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발인의 이의신청 권한을 폐지한 것은 당장 일반 시민들의 피해와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부패한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등 수위 높은 단어를 써가며 비판에 나섰다.
선거범죄 수사서 내년부터 검찰 제외… 경찰 전담
국회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 축소이다.
현재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 범죄 △경제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로 규정돼있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를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 등'으로 축소했다.
법안은 국무회의 공포 시점으로부터 4개월 뒤 시행된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는 3일로 예정돼있다. 그동안 해당 범죄를 전담해 온 검찰을 당장 4개월 뒤부터 수사 일선에세 배제하는 것이다.
다만 선거 범죄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렇다 보니 검찰이 직접 수사하게 되는 대형 선거는 이번 6월에 예정된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범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로 상대적으로 짧다. 이에 신속한 수사가 필수적이지만, 당장 검찰을 수사에서 제외하고 모든 사건을 경찰이 맡을 경우 업무 과중 등으로 인한 수사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에 업무가 몰릴 경우 일반 시민들의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도미노 현상도 우려된다.
법안 통과에 검찰 "부패한 정치인에 면죄부"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 직후 검찰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비판에 나섰다. 정치인 등을 겨냥한 발언도 쏟아졌다.
대검찰청은 "이제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등 권력자들은 공직자 범죄나 선거 범죄로 검찰의 직접수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라고 밝혔고, 서울중앙지검도 "충분한 토론과 협의 없이 법률 개정을 강행한 것은 의회 민주주의 역사상 큰 오점을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선거와 정치 범죄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는 "부패한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의 선거 개입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또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인지, 그동안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한 반부패정책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고발인 이의신청 없앴다… 사회적 약자 피해 우려
국회 통과가 유력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고발인의 이의 신청'을 삭제한 대목이다.
현재는 경찰이 사건을 혐의 없음 등으로 불송치할 경우 고소·고발인은 이의신청을 통해 다시 판단을 받아 볼 수 있는데, 이의신청 주체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것이 개정안의 내용이다.
시민단체나 공공기관, 정당 등 제3자가 고발한 사건은 이제는 경찰이 불기소 처리하더라도 이의신청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경찰의 불기소 결정이 곧 사건 종료와 같은 셈이다.
특히 장애인이나 어린 아동처럼 사법 절차를 밝기 위해선 제3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김예원 변호사는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장애인 복지법에 따라서 전국 모든 시도에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라는 게 설치돼 있고, 범죄가 있다고 판단되면 고발하고 있다"라며 "환경오염이나 피해자가 불분명한 성착취 사건 이런 것들은 시민단체나 관련 기관이 고발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고발에 대한 이의신청을 못한다는 것이 어떤 여파를 가져오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발인만 있는 사건은 불송치 결정됐을 때 그냥 그것이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랑 같아지는 것"이라며 "정말 자기 얘기 못 하고, 자기 목소리 못 내는 피해자는 어떻게 그것을 굴복하라고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