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LED무대 수놓은 두뇌싸움…'데스노트'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데스노트'는 무대에 구현한 영상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별다른 무대장치 없이 조명과 영상만으로 인간 세계와 신의 세계를 표현한다. 학교, 경찰국, 비오는 거리, 콘서트장, 테니스 코트 등으로 쉴새 없이 바뀐다. 형형색색 빛은 현실과 초현실, 인간과 사신의 대비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초연·재연과 달리 논레플리카(Non Replica) 버전으로 돌아온 '데스노트'의 차별점이다.

'데스노트'는 일본의 동명 베스트셀러 만화를 무대로 옮겼다. 오바타 다케시의 원작은 일본에서만 3천 부가 팔리고 35개국에 번역된 히트작이다.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2015년 4월 도쿄 초연에 이어 그 해 6월에는 한국에서 라이선스 초연했다.

'데스노트'는 이름을 쓰면 죽게 되는 데스노트를 우연히 주워 악인을 처단하는 고교생 '라이토'와 이에 맞서는 명탐정 '엘'의 두뇌 싸움을 풀어낸다. 줄거리는 원작과 똑같지만 뮤지컬로 만들어지면서 세련미와 생동감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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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권은 무대 다지인이다. LED 1380장으로 채운 무대 3면(바닥·벽면·천장)은 각각의 장면과 드라마에 맞게 다양한 장소로 변신한다. 무대 주변에 설치한 초고화질 레이저 프로젝터 3대가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무대에 입체감과 공간감을 부여했다. 덕분에 관객은 실제 그 장소에 와 있는 듯한 행복한 착시를 느낀다.

특히 '라이토'와 '엘'의 심리전이 절정에 달한 테니스 경기 장면과 '라이토'의 방, '엘'의 은신처, '라이토'의 행방을 쫓는 경찰국의 상황을 한꺼번에 모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무대·조명·영상·소품을 총괄한 오필영 디자인 디렉터는 "인간과 신의 관계에 집중했다. 무대는 선(획)이 가진 정서의 증폭을 통해 초현실성을 표현하고 공간감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넘버는 클래식과 록, 서정성과 비장성을 넘나든다. 라이토가 "정의란 무엇일까" 고민하며 부르는 오프닝 넘버 '정의는 어디에'와 "썩은 세상을 두고 보지 않겠다. 새로운 세상의 신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부르는 '데스노트'는 작품의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한다. '라이토'와 '엘'의 듀엣 넘버 '죽음의 게임'과 '놈의 마음 속으로'는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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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관객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라이토' 역의 고은성(홍광호)은 데스노트를 주운 후 자신만의 정의에 빠져드는 '키라'로 변해가는 고등학생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이후 뮤지컬 배우로서 물이 오른 느낌이다.

'엘' 역 김준수(김성철)의 연기는 '엘' 그 자체라고 할 만큼 사실적이다. 단 것을 달고 살고 쪼그린 자세를 즐기는 괴짜 탐정 캐릭터와 허스키한 김준수의 목소리는 묘하게 조화롭다. 인간 세계에 일부러 데스노트를 떨어뜨려 사단을 만든 사신 '류크' 역의 서경수(강홍석)는 코믹 연기로 웃음을 담당한다. 아이돌 '아마네 미사'(장민제·케이)에게 또다른 데스노트를 준 사신 '렘' 역의 김선영(장은아) 역시 묵직한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뽐낸다.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6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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