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는 역대 모든 시장이 개발 비리 등에 연루돼 한 번도 재선 사례가 나온 적이 없어,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사상 '첫 재선 용인시장'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의 백군기 용인시장은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로 '연임'을, 국민의힘은 최근 대선에서 보수에 손을 들어준 지역 민심과 윤석열 시너지로 '탈환'을 노리고 있다.
사법족쇄 묶여…역대 재선 용인시장 無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1~6대까지 전직 용인시장들은 모두 비리 혐의로 법정에 서 재선 시장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도시개발 관련 비위에 연루됐다.
직전 시장이었던 정찬민(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부동산 개발을 인허가 해주는 대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윤병희(한나라당)·예강환(새천년민주당)·이정문(한나라당)·김학규(민주당) 전 시장도 개발사업 관련 업체 등으로부터 청탁과 금품을 받은 부정행위로 철창 신세가 됐다.
서정석(한나라당) 전 시장의 경우 개발 비리는 아니지만, 직원들의 근무성적평정 서열을 조작하는 '인사 비리'를 저질러 실형을 면치 못했다.
이처럼 전임 용인시장들이 줄줄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오명을 쓰면서, 지방선거철만 되면 현직 시장의 연임 가능성이 화두가 돼 왔다.
'시장직 명예·대선 설욕·사업순항' 위해 재선 시동
올해 백군기 시장의 재선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백 시장은 난개발방지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임기 시작부터 '난개발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강단 있는 군 장성 출신으로서 전임 시장들의 과오를 거듭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그는 비리로 얼룩져 온 개발 우선주의보다 '친환경'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표적인 게 어울림파크 조성이다. 탄천과 경안천을 이어 매머드급 녹지축을 구축하고, 13개 장기 미집행 공원도 재추진해 시민 1인당 공원 면적을 3배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플랫폼시티, 반도체클러스터 등 대규모 사업들도 본궤도에 올려놓으며, 인구 110만의 특례시로서 자족 기능을 높이기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서 용인시장 후보로 접수된 경쟁자는 이건한 전 용인시의회 의장과 이상식 전 부산지방경찰청장 등 2명이 전부.
그도 그럴 것이 시장선거로 대선 패배를 설욕하고 막대한 예산이 든 굵직한 사업들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현직 프리미엄만한 필승 카드가 없다는 의견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용인시장 직함의 명예와 역점사업의 순항을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며 "그간의 성과로 시민들의 신임을 재확인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재선 '적신호'…보수로 뒤집힌 '수지구' 표심
하지만 백 시장의 재선 도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방선거가 열리기 불과 석 달 전에 치러진 대선에서 지역 표심이 보수 쪽으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누른 기세를 몰아 시장직까지 탈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주자가 봇물을 이루면서 예비후보만 13명으로 도내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용인은 윤 당선인이 이 전 후보를 이긴 도내 8개 시·군 중 한 곳이다. 지난 21대 총선 결과와 비교하면 기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 우세로 바뀐 지역은 용인과 포천뿐이다.
득표수를 보면 2년 전 총선 때 4만 2323표 차로 졌던 국민의힘이 대선에는 3078표 앞섰다.
선거구별로는 투표율이 82.3%로 가장 높은 수지구에서 국민의힘이 1만 5천표가량 우위를 점하면서, 나머지 처인·기흥구에서 민주당에 밀리고도 용인 전체 승리를 이끌었다.
이는 수지구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변동과 세금 정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데다, 최근 5년간 용인의 전체 인구도 진보 경향이 강한 30~40대가 1만여 명 줄어든 반면 보수성향의 50~60대 이상이 10만 명 가까이 급증하면서 보수로 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
尹 핵심 참모 이상일, '윤심' 공천 이어질까
이에 수지구에서 지지기반을 다져 온 이상일 전 국회의원이 최대 맞수로 떠올랐다.
수지구를 아우른 용인병 당협위원장을 맡은 이 전 의원은 대선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포함한 용인 곳곳을 누비며 유력 시장 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20대 총선에서는 기흥구에 걸쳐 있는 용인정 후보로도 뛰는 등 폭넓은 조직 기반을 갖췄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그는 윤석열 국민캠프 공보실장과 상근보좌역을 맡아 방송 패널 출연 등을 통해 윤 당선인의 홍보맨으로 동분서주하며, 경기지역 일등공신이자 '친윤' 인사로 급부상했다.
더욱이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검찰 선배이자 멘토인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난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이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은 것 역시 '윤심(尹心)'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이 전 의원은 외교부 출입기자 시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의 인연으로, 윤 당선인과 반 전 총장의 가교 역할을 도맡았다. 그를 향한 반 전 총장의 응원 메시지가 나온 배경이다.
다만 4선의 한선교 전 국회의원 같은 중진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등 국민의힘 용인시장 예비주자가 대거 몰리면서 본선만큼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전 국회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의 참모로서 용인 발전을 위한 대통령 공약을 채택하는 데 기여했다"며 "윤 정부와의 협조를 이끌 적임자는 저 뿐"이라고 자신했다.
"수성이냐 탈환이냐 경쟁 치열…판세 안갯속"
시장직을 사수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대선 승리 재연을 벼르는 국민의힘 모두 '한 번 더'를 위해 사력을 다함으로써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용인은 경기남부에서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축"이라며 "대선에서 이긴 국민의힘의 도전 욕구가 성을 지키려는 민주당의 의지와 강하게 부딪힌 양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역대 시장이 비리로 시장직을 유지하지 못했던 만큼 민주당에서는 최초 재선 용인시장 배출을 위해 배수의 진을 칠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경우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지역 민심과 늘어난 고령층의 표심을 어떻게 극대화할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용인은 선거구의 분리·통합 과정이 많았던 데다 도농복합 대도시로서 개발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나뉘면서 선거판세가 복잡하게 변형돼 왔다"며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예단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