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조성욱 위원장이 임기 말 무리수 행보로 연이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제재 대상 대기업 계열사 임원과의 오찬 논란을 빚은데 이어 이번에는 무리한 해외출장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정위 수장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공정위원장, 인수위 외유성 출장자제에도 해외출장 나서 논란 자초
조 위원장은 지난 3일부터 6일까지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해외출장에 나섰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 반독점국이 공동 주최한 '경쟁당국 수장 간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이다.
당초 이 회의는 대면도, 비대면도 모두 가능한 회의인데 미국 측에서 현장에 직접 참석한 수장에게만 발언 기회를 준다는 방침을 밝히자 직접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것이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쟁당국 수장 간 국제회의'는 개회 직전 전면 비대면 방식으로 변경됐다.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던 미국과 EU의 고위급 관계자 등 일부 참석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리나칸 미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 등을 직접 만나 공정위의 법 집행 사례 등을 설명하려던 조 위원장의 당초 계획은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 조 위원장의 해외 출장은 출발 전부터 무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임기 말 외유성 출장 자제' 등을 거론한 상황인데 꼭 조직 수장이 자리를 비워야 할 이유가 있었냐는 것이다.
공정위측은 이에 대해 "현지에 도착해서야 미국 측의 일방적 비대면 통보로 차질이 빚어졌다"며 "외유성 출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하고 있다.
제재 앞두고 호반건설 계열사 임원과 오찬 회동…부적절 지적 잇따라
그럼에도 조 위원장의 구설수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에는 호반건설 제제와 관련해 조 위원장의 처신을 두고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17일 계열사와 친족이 보유한 13개 계열사 등을 공정거래위원회 보고 자료에서 누락한 호반건설의 총수 김상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러한 지정자료 허위제출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대기업 집단이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조 위원장은 이러한 중요한 제재 결정을 앞두고 지난 1월경 호반건설이 거느린 계열 언론사의 임원과 오찬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공정위는 새해를 맞아 언론사와의 간담회 차원에서 해당 언론사 임원을 만났고 호반건설 이야기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회사 측의 고위 관계자와의 만남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특히 해당 언론사에서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는 후문이어서 여러 가지 논란이 빚어졌다.
특히 조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서 평소 언론 취재에는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는 공정위가 제재 수위를 결정할 단계에서 이런 만남에 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계속되고 있다.
역점사업 지지부진 속에 조직 내부 더욱 뒤숭숭
조직 수장의 구설수가 잇따르자 공정위의 조직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은 모습니다.
임기 말 조 위원장의 역점사업으로 꼽히는 온라인플랫폼 규제정책이 법안 처리도 지지부진 하고 아예 폐기될 처지에 있는 등 일부 핵심 사업 추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뜩이나 조 위원장의 무리수 논란까지 더해지자 조직 내부는 더욱 뒤숭숭하고 어수선해졌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 기존 추진 사업을 잘 마무리 하고 조직의 위상을 강화해야 할 시점인데 오히려 조직 수장의 관리 리스크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