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회장은 이날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직후 'ARM 인수를 검토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ARM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이자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현재 ARM의 미국 나스닥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모회사 SK스퀘어 대표이사이기도 한 박 부회장은 앞서 지난 28일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서 ARM 인수 계획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에 "ARM도 사고는 싶다. 꼭 최대 지분을 사서 컨트롤하는 걸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ARM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강화를 위해 국내 파운드리 기업 '키파운드리'를 인수하기로 하고, 현재 규제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취임 후 처음으로 주총을 주재한 박 부회장은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SSD 사업을 점진적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낸드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낸드 사업 성장을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 1단계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을 출범시켰다.
박 부회장은 미래 성장 인프라와 관련해 "용인 클러스터는 장기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소부장 협력사들과 상생하는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R&D센터를 구축하고, 빅 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도모하는 핵심 거점으로 삼아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부회장은 수익구조 안정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반도체 업계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의 영향으로 시장의 저평가를 받아온 점을 상기하며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투자 효율과 생산성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구조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부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활동과 관련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사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전담 조직과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며 "2050년 RE100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소비 전력의 33%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중간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연간 고정 배당금을 20% 상향하고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올해부터 3년간 창출되는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추가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편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주총에서서는 곽노정·노종원 사장 사내이사 신규 선임, 하영구 사외이사 재선임 등 안건이 의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