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목표를 '경제·사회구조 대전환과 국민안전·행복 보장'으로 설정했다.
내년 재정운영 기본방향은 '경제도약, 민생안정, 미래투자 등 필요한 재정의 역할 수행'과 '전면적 지출 재구조화 및 재정운용 혁신으로 지속가능 재정 확립'이 제시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필요한'이라는 수식이 붙은 재정의 역할에 관한 표현이다.
현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까지 4년 연속 이른바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했다.
전년 대비 총지출 증가율(본예산 기준)이 2019년 9.5%를 시작으로 2020년 9.1%, 2021년과 2022년 각각 8.9% 등 매년 9% 안팎으로 아주 컸다.
올해 본예산 규모는 607조 7천억 원으로, 사상 처음 600조 원을 넘었다.
"필요한 역할이든, 적극적 역할이든 큰 차이 없다"지만…
확장적 재정 기조가 지속하는 기간 재정의 역할은 '적극적'이라는 표현으로 상징된 셈이다.
특히, 2020년 들이닥친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이 한층 강조되면서 확장적 재정 기조가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 지속했다.
그런데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는 '적극적'이라는 표현이 '필요한'으로 대체되면서 정부가 드디어 확장적 재정 기조를 마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 최상대 예산실장은 "필요한 재정의 역할이든,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든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의지와 방향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으로도 내년부터 총지출 증가율은 2023년 5.0%, 2024년 4.5%, 2025년 4.2%로 대폭 축소된다.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기재부는 "코로나19 위기에서 완전한 회복과 선도국가 도약을 견인하고 국정과제 완결을 위해 2022년에도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기재부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 인수위와 실무적 협의"
게다가 재정의 역할을 '적극적'에서 '필요한'으로 위축시킨 2023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은 차기 정부 출범을 준비 중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교감을 거쳐 나온 것이다.
기재부 최상대 실장은 "2023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은 새 정부 예산 편성 방향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인수위 쪽하고 실무적으로 협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확장적 재정 기조에서 벗어난다는 기재부 계획이 차기 정부에서도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윤석열 당선인의 부모급여 지급과 기초연금 및 병사 월급 인상 등 공약 실현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내년 총지출 증가율이 올해 못지않게 커질 수도 있어 보인다.
한편, 2021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은 이달 말까지 정부 부처에 통보될 예정이며 각 부처는 오는 5월 31일까지 지침에 따라 내년 예산요구서를 작성해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관계부처 협의와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오는 9월 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