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말기 굵직한 자리들에 대한 인사권 행사는 신-구 권력간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이달 말 통화정책을 관리하는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종료되고, 6월 지방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과 핵심 사정기관인 감사원 감사위원에 대한 인사도 예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탈원전 폐기'를 내세웠던 윤 당선인의 공약을 집행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연임 절차도 진행 중이어서 인사권을 둔 두 권력의 줄다리기는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민의힘은 17일 내내 문재인 정부의 인사권 행사에 대한 신경전을 벌였다. 먼저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못 박았다. 인사권 행사 권한이 문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수석은 며칠 전 청와대가 한은 총재 지명권을 당선인에 넘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내용의 보도를 두고도 '사실무근'이라며 "정해진 인사권을 문 대통령이 행사하지 않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20대 대선에서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선택한 만큼, 산하기관·공공기관·유관기관에 새로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민생현장에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 배치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라며 "임기가 불과 1개월 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2,3,4년 짜리 직위에 국민의 심판을 받은 낡은 문재인 정부 철학에 따라 인물을 임명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의 뜻을 정면으로 거역하겠다는 오만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인수위원회 측은 양측 회동에 대해 계속 조율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회동이 진전된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전조율은 지금도 계속 긴밀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도 "시간을 좀 달라. 결렬이나 무산이 아닌 실무적 협의를 해 나갈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