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대선 투표 열기…시민들 "신중하게 한 표 행사"(종합)

제20대 대통령선거 본 투표
일반 유권자, 오전 6시~오후 6시
확진·격리자, 오후 6시~오후 7시30분
신분증 등 지참해야…투표소 내 촬영 금지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제1투표소를 찾은 주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본 투표일인 9일, 시민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표 행사하러 나왔다"며 이른 새벽부터 투표소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후에도 투표소를 향한 시민 발걸음이 이어지며 오후 4시 기준 전국 투표율은 71.1%에 달했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같은 시간 투표율보다 4.0% 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날 새벽 5시 40분쯤 은평구 구산동 제1투표소에서 만난 40대 여성 A씨는 "며칠 전부터 선거일에는 아침 일찍 투표장에 와서 꼭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무래도 이번에 대통령이 되실 분은 책임감이 많이 클 것 같다. 마찬가지로 국민들도 같은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모자를 쓰고 잠옷 차림에 외투만 입고 나온 30대 남성 B씨는 "아무래도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까 좋은 분이 뽑히셔서 이 시국을 조금 더 빠르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다"며 "다 힘들겠지만 특히 청년들이나 자영업자들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 정책이 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로 투표를 마치고 나왔다는 60대 여성 C씨는 "이제 우리는 나이가 있으니까 아침 일찍 와서 빨리 하고 그래야 한다"며 "요즘 후보들의 유세를 많이 들었다. 국민만 바라보겠다, 국민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 얘기들을 많이 하셨는데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인 9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4·5·6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이한형 기자
오전 6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이 몰려오는 등 투표 행렬은 더욱 길어졌다. 잠옷 등 편한 복장으로 나온 시민들이 대다수였고, 일부 등산복을 입고 온 경우도 있었다. 투표소 관계자가 "거리두기를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70대 여성 D씨는 "오후에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일찍 나왔다. 코로나를 조심하려고 나왔는데 거리두기는 잘 안 지켜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제까지 누구에게 투표할지 생각이 많았다. 지금은 마음을 정한 상태"라며 "소신껏 국민들 바람을 이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나온 50대 여성 E씨 또한 "(후보자들) 나름대로 다 생각들과 국민을 위한 그런 마음을 갖고 계시지 않나"라며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거여서 신중하게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사전투표 때 부실선거 논란이 있었는데, 오늘은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제1투표소를 찾은 주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
오후에도 시민들의 투표 열기가 이어졌다. 6개 투표소가 마련된 광진구 화양동주민센터에서는 유권자들이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한 뒤 비닐장갑을 끼고 지정된 투표 장소로 향했다. 오후 2시 30분경 이곳에서 만난 김은주(55)씨는 "사전 투표날 일이 있어 본 투표에 참여했다"며 "매번 '이 후보다'라는 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결정하는 데 끝까지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정태진(62)씨는 "저번 대선은 윤곽이 어느 정도 나타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선은 박빙이라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연합한 게 변수"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계속 바뀌어서 깨끗한 정치가 살아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회사원 김모(29)씨는 "몇 년간 20~30대 여자로 살아오며 혐오가 이기는 일만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투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최근 젠더 문제가 커지며 한쪽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는 사람이 많아졌고, 정치를 하겠다는 분들이 그런 의견을 표하니까 일부가 과대표되고 약자들 목소리는 묻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투표소는 커피숍이나 웨딩홀 등 학교나 공공기관이 아닌 이색적인 장소에 꾸려지기도 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날인 9일 서울 광진구의 한 안경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광진구 화양동 제5투표소인 안경점에서 투표를 마친 차모(40)씨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 벗어나니까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과정을 보며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며 "새 대통령은 (나라를) 제자리로 돌려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확진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불신을 드러내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신모(81)씨는 "선관위가 제역할을 못한다"며 "비밀투표를 해야 하는데 그런 점을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차씨도 "사전투표 논란으로 본 투표를 기다렸다 투표소로 나섰다"며 "투표 용지를 쓰레기 봉투에 넣어놓는 것도 어이가 없고 선관위원장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일부 투표 현장에서는 기표대에 '가림막'이 없다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당 민원에 대해 선관위 측은 CBS노컷뉴스에 '가림막은 미설치가 원칙이고 기표대는 투표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충분한 거리를 두고 설치한다'고 답했다. 다만 가림막 설치도 현장에서 자유롭게 허용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부터 가림막 없는 신형 기표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는 전국 1만 4464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진행됐다. 일반 유권자는 오후 6시까지 투표하고,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는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투표한다. 같은 투표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모두 퇴장한 뒤에 확진자·격리자가 투표할 예정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인 9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4·5·6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이한형 기자
본 투표는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만 가능하며 주민등록증이나 면허증, 여권 등 관공서나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사진이 부착된 증명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확진자·격리자의 경우 방역 당국으로부터 받은 외출 안내 문자 등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투표용지는 기표 전·후 모두 촬영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 또 투표소 내부에서는 모든 촬영이 금지된다. 사전투표의 경우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인쇄하기 때문에 사퇴 후보가 표시돼 있지만, 본 투표용지는 사전에 제작됐기 때문에 '사퇴' 표시가 따로 없어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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