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데뽀는 일본어 무철포(無鐵砲, むてっぽう)에서 유래됐다. 16세기 서양 상인들을 통해 일본에 조총이 수입됐다. 조총은 전국시대 내전의 양상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무기가 됐다. 그 조총이 철포, 즉 뎃뽀인 것이다.
그 조총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왜군의 압도적 무기였고 조선의 관군과 의병들을 조총에 무수히 쓰러졌다.
조총도 없이 덤빈다는 '무데뽀'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됐다. 오늘날은 생각없이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신중하지 못한 경우를 뜻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용감무쌍함의 다른 표현으로 쓰기도 한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쓰러지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양주 채석장에서 노동자 3명이 매몰돼 숨졌다. 해당 기업인 삼표산업은 중대재해법 적용 1호 기업이 됐다.
이후, 판교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 사고, 여천NCC 공장 폭발 사고, 세종포천 고속도로 추락사고 등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중대재해법을 통해) 사고 예방의 가능성을 봤다"라고 노동부 장관이 말한 지난 2일에도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에서 50대 노동자가 대형 용기에 빠져 숨졌다.
이들 재해사고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장치나 장비가 마련되지 않았거나 근무수칙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사고에서도 2인1조 근무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야말로 무데뽀다. 노동자들에게 총도 없이 전투에 나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말은 개발한국 시대의 전설로 끝나야지, 오늘날에 와서도 미담처럼 여기는 것은 시대착오다.
광주에서 잇따라 대형참사를 낸 현대산업개발이 정주영 회장의 무데뽀 정신을 현대인 지금도 금과옥조처럼 여긴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중대재해법은 참으로 어렵게 탄생했다. 일부 언론이 기업들 옥죄는 악법처럼 여론몰이를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감히 이 법에 돌을 던지지 못한다.
'생명이 기업의 이윤보다 앞선다'는 당연한 이치도 있지만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노동자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망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52건에서 35건으로 줄고 사망자 수도 52명에서 42명으로 줄었다.
중대재해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고 현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건설안전특별법 등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법이 만능은 아니다. 처벌이 당장의 사고를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겠지만 성과지상주의에 빠져 무데뽀 근성을 은근히 부추기는 몰지성부터 사라져야 한다.
노동자들은 조총도 없이 왜군에 맞섰던 의병이 아니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무데뽀 정신이 도전정신의 승화도 아니다.
중대재해법의 존재의 의미를 놓고 논쟁하는 것이 야만이듯이 무데뽀 정신은 살인이나 다름없다.
세상이 변했다. 노동자들을 더 이상 개발산업 시대 대한민국에 가두지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