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되는 해외 주식형펀드 중 러시아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 1개를 포함해 9개이며 설정액은 1628억 원에 이른다. 9개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1.3%로, 올 들어 펀드 자산이 반 토막 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감행된 24일 러시아 증시가 39% 이상 폭락하는 등의 영향이다.
지난달 28일부터 러시아 증시가 문을 닫고 스위프트 축출 등 서방의 경제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 정부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자산 회수를 제한하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러시아 펀드의 환매를 무기한 중단하고 나섰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일 '한화러시아'(590억 원) 펀드의 신규 설정과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이 펀드의 러시아 주식 투자 비중은 56.6%로, 지난달 28일 신청분부터 환매 중단이 적용된다. 신한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 KB자산운용도 러시아 펀드의 환매 중지를 결정한 상태다. 향후 환매 연기 사유가 해소돼 매입과 환매를 재개할 수 있을 때 다시 안내하겠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제256조)에 따르면 '증권시장이나 해외 증권시장의 폐쇄·휴장이나 거래정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집합투자재산을 처분할 수 없는 경우' 환매 연기 사유가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대량의 환매청구에 응하는 게 투자자 간 형평성을 해칠 염려가 있는 경우'에도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국내에 상장된 유일한 러시아 주식 ETF인 'KINDEX 러시아MSCI(합성)'에는 투자유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한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3일(현지시간 2일) 러시아를 신흥국 지수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MSCI는 "러시아 주식에 대한 지수 내 처리와 함께 러시아를 신흥국(EM) 시장에서 독립(standalone) 시장으로 재분류하기로 했다"면서 "오는 9일 장마감 이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루블화 변동성 확대,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 등으로 더이상 러시아를 투자 가능한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같은 날 3일 미국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 주식도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얀덱스(NAS:YDNX), 키위(NAS:QIWI), 오존홀딩스(NAS:OZON), 메첼(NYS:MTL) 등의 종목은 현재 증권사에서 거래되지 않고 있다. 국내 증권사와 거래하는 현지 브로커 상황에 따라 매매가 정지되거나, 매수만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출렁이는 증시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오히려 러시아 주식이나 ETF에 투자를 급격히 늘린 것으로 나타자 주의를 요하고 있다. 현재 저가라고 판단한 매수세가 몰리는 것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INDEX 러시아MSCI(합성)'은 전일 120억 원이 거래됐다. 이날 기준가는 1만 5830원으로 전일 대비 16.68%가 하락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하루 만에 153억 원의 자금이 늘었고 1주일만에 설정액은 201억 원이 증가했다. 순자산 기준으로 93.5%가 늘어난 것이다.
해외 상장된 러시아 ETF나 종목 투자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내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에 러시아 관련 종목 4개가 들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극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러시아 증시가 대폭 상승,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나아지면서 러시아 투자 자산의 급격한 반등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반대로 전쟁 국면이 장기화되고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지속될 경우엔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