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도 안되는 '6천만 배럴'…비축유 뿌려도 "유가 계속 오른다"

비축유 방출량, 코로나19 이전 전세계 하루 평균 원유 소비량 1억 배럴에 한참 못미쳐
러시아의 6일치 생산량, 12일치 수출량
전쟁 종결·이란 핵협상 등 대세 변해야

국제에너지기구(IEA) 31개 회원국들이 1일 영상회의로 특별 장관급 이사회를 열고 전략 비축유 6천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국을 포함한 세계 31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유가 안정을 위해 6천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지만,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상황이 마무리되거나 지난해부터 계속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긍정적인 결론을 내는 등 '대세'가 바뀌어야만 원유 수요·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EA는 1일 밤 10시부터 열린 31개국 장관급 회의에서 전략 비축유 6천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국제 원유시장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 부족은 없을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한 조치라는 게 IEA의 설명이다.
   
특히 6천만 배럴은 초기 분량으로, 회원국들은 상황에 따라 추가 방출도 검토하기로 했다. 회원국들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한 것은 1991년(걸프전), 2005년(미국 허리케인 사태), 2011년(리비아 전쟁) 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그러나 31개국의 합심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최고가를 새로 썼다. 현지시간으로 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8% 급등한 103.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7% 넘게 상승해 10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2014년 7월 이후 8년여 만에 최고치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계속된다면 일회성으로 비축유를 내보내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연합뉴스
조상범 대학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비축유 방출이 일시적으로 유가를 떨어뜨릴 순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며 "과거에도 비축유를 방출했을 때 잠시 가격이 내려갔다가 다시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전쟁 종결이나 이란 핵협상 타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유의미한 규모의 증산 결정 등 원유 공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방출량은 러시아의 6일치 원유 생산량, 12일~15일치 수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 전세계 하루 평균 원유 소비량(1억 배럴)에도 한참 못미친다. 만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이 단기간에 마무리 되지 않고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계속된다면, 6천만 배럴만으로는 원유 공급대책을 세우기에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해외 증권가의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CNBC와 인터뷰한 미즈호증권의 밥 요거 선물사업부 디렉터는 "6천만 배럴은 눈에 띌 정도로 시장을 바꿀 정도는 아니며 러시아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레베카 바빈 CIBC프라이빗웰스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도 "단기적으로 완충 역할을 할 순 있지만 러시아의 공급 차질에 비하면 무색할 정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방출 이후에도 IEA 회원국들은 추가적인 방출도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전쟁 상황이 계속되더라도 '오일 쇼크' 수준의 가격 급등은 방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EA 회원국들의 전략 비축유는 15억 배럴로 이번 방출량은 전체 물량의 4%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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