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정치 신인들에 '가혹'

지선 예비후보등록, 예년 대비 5분의1 '저조'
'대선 기여도' 공천평가…대선 결과도 의식
얼굴 알리기 시급한 정치 신인들에게 불리
눈치껏 등록해도 '자기 선거'는 가로막혀
"지역정치의 중앙 예속, 결국 유권자 손해"

대선 후보들 관련 자료사진. 안나경 기자
처음으로 대통령선거 3개월 뒤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정치 신인들로서는 어느 때보다도 힘겨운 선거가 될 전망이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제한적 선거운동이 가능해져 한시라도 빨리 뛰고 싶은 게 정치 신인들 입장이지만, 다음 달 9일 대선까지는 속절없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선 예비후보등록 '저조'…대선+공천 눈칫밥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광역단체장·교육감, 18일부터는 기초단체장(군수 제외)·지방의원의 지방선거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됐지만 초반 등록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 21일까지 전국 예비후보자는 333명으로 같은 등록기간 기준 지난 2018년 지방선거(1497명)의 22%에 그쳤다. 접수 첫날부터 등록이 잇따르던 과거와는 상반된 양상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 수원시에 있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마련된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처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예비후보등록률이 낮은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내 심사 일정을 대선 이후로 미뤘고, 국민의힘은 등록을 하더라도 대선 전까지는 자기 선거운동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당들이 공천에서 대선 기여도까지 평가하기로 한 상황에서, 운동조차 할 수 없는 예비후보가 돼 괜히 대선을 소홀히 한다는 이미지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각에서는 대선 후 3개월 만에 치르는 지방선거인 만큼, 대선 결과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기 위해 전략적으로 예비후보등록을 미루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 신인들 조바심만…"가산점 더 줬으면"


예비후보등록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건 정치 신인들이다.

예비후보가 되면 선거사무소를 차리고 명함을 돌리는 등 정치 입문자들에게 절실한 '얼굴 알리기'가 한결 수월해지는데, 등록 시점이 늦어지면서 그 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제8회 지방선거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경기도내 한 기초단체장 출마예정자(민주당)는 "첫 출마인 데다 대선 끝나고 나면 공천까지 한 달밖에 안 남아 불리한 만큼 가산점이라도 더 달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일부 등록을 마친 야당·무소속 정치 신인들 역시 대선 분위기에 묻혀 적극적으로 본인 선거에 나서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또 다른 도내 한 기초단체장 출마예정자(국민의힘)는 "코로나19로 행사들이 사라진 가운데 대선까지 겹쳐 정치 초보로서 낮은 인지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답답해했다.


"인지도 낮은 신인 불리, 유권자 선택권 위축"


전문가들은 대선에 밀리고 또 그 결과에 영향을 받는 올해 지방선거는 지역민들에게 처음 얼굴을 알려야 하는 정치 신인들에게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당의 대선 기여도에 눈치를 봐야하는 것은 물론 대선 결과에 따라 어떤 전략을 펼지도 고민일 것"이라며 "그렇게 예비후보등록도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면서 인지도 낮은 정치 신인들의 부담은 가중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예비후보들의 면면을 확인하고 지역현안에 대한 인식을 검증할 시간이 부족해져, 결국 유권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지역 일꾼을 뽑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현상이 대선과 맞물리면서 더 심화된 것"이라며 "예비후보, 특히나 정치 신인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면서 새로운 지역 밀착형 공약이나 이에 대한 고민을 할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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