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오늘밤 안으로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 지역의 민간항공기 비행을 금지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난 16일에 이어 또 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10분 짜리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이미 공격을 승인했다고 말했고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민에 철수령을 내렸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할 경우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겠다고 밝힌 러시아에 대해 경제 금융제재를 쏟아내자 "제재는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경로가 아니다"며 대화와 협상에 의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미중 대결 구도속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온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진에 대해 '모든 국가의 합리적 안보 우려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러시아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안으로 군대를 투입할 경우에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표면적인 이유는 친러 반군 지역인 돈바스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한데 따른 평화유지 임무다. 그런데 중국이 러시아의 이런 행위를 지지할 경우 '하나의 중국' 원칙 하에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만의 독립도 인정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EU와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EU의 최대 무역파트너이고 EU는 중국의 2대 무역파트너이자 3대 투자원천국, 투자대상국이다. 미중 대립 심화 구도에서 EU에 대한 구심력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 EU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지원하는게 쉽지 않다. EU 회원국들이 대만과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도 러시아 편에 서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해 러시아를 제치고 우크라이나의 최대 단일 교역 파트너가 되었으며 지난해 전체 교역액은 약 190억 달러로 2013년보다 거의 8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입장에서 교역액으로만 보면 우크라이나가 비중 있는 국가는 아니지만 시진핑 주석의 트레이드마크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유럽 허브국가다. 우크라이나에서 사업하는 중국 대형 기업들도 많고 중국과 유럽을 잇는 철도의 경유지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과정에서 중국 영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