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의 한국과 중국 취재진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2일 만에 180도 달라진 상황에 양 국가 취재진도 적응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태극 전사들은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에 모두 응해줬고, 중국 선수들은 인터뷰를 거부한 채 도망치듯 떠났다. 이틀 전과는 정반대였다.
9일 오후 중국 캐피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 에이스 황대헌(24·강원도청)이 2분09초21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명이나 나선 결승에서 독보적인 질주로 1위에 올랐다.
황대헌은 지난 7일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나왔던 편파 판정 논란으로 실격했던 아픔을 완벽한 역주로 날렸다. 당시 황대헌은 1조 1위로 골인했지만 중국 선수들을 제치는 과정에서 레인 변경이 늦었다는 황당한 이유로 페널티를 받았다.
믹스트존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7일 중국 대표팀은 런쯔웨이가 개최국에 유리한 판정 속에 금메달을 따냈을 때는 축제 분위기였다. 올림픽 기간 믹스트존 인터뷰를 극도로 꺼렸던 중국 대표팀이지만 이날만큼은 믹스트존에 있는 중국 취재진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특히 논란 속에 금메달을 목에 건 런쯔웨이가 들어오자 분위기는 확 달아올랐다. 일부 중국 취재진은 인원이 제한된 믹스트존을 억지로 뚫고 들어왔다. 심지어 거리 두기 규칙을 지키지 않아 경기장 관계자가 심각하게 경고하는 모습까지 나왔다.
자국 선수가 나오자 믹스트존에서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런쯔웨이가 나왔을 때는 분위기가 정점을 찍었다. 런쯔웨이도 기분이 좋았는지 취재진을 향해 손을 번쩍 들면서 기분 좋게 인터뷰를 마쳤다.
반면 태극 전사들은 어이없는 상황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믹스트존 인터뷰를 다음으로 미뤄 달라는 부탁에 한국 취재진도 더는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9일 황대헌의 금메달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날 런쯔웨이는 준결승에서 팔로 다른 선수를 막아 실격됐다. 런쯔웨이는 자신을 추월했던 박장혁(25·스포츠토토)에게 반칙을 당했다는 듯 2002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당시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처럼 두 손으로 헐리우드 액션까지 취했지만 실격을 피할 수 없었다.
중국 선수들은 다시 자국 취재진의 믹스트존 인터뷰를 거부했다. 몇몇 선수들은 취재진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고 뛰어가버렸다. 중국 취재진이 경기장 관계자에게 중국 대표팀의 김선태 감독 등 인터뷰가 가능한 사람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모두 취재진 인터뷰에 응하며 이틀 전에 하지 못한 이야기를 후련하게 모두 풀어 놓았다. 특히 황대헌은 첫 질문을 뉴욕 타임스 기자에게 받을 만큼 주목을 받았다. 이제야 미소를 찾은 황대헌은 취재진과 농담도 주고받으며 밝은 분위기를 이끌었다.
황대헌은 물론 남자 1000m 결승에 나섰으나 입상하지 못한 박장혁, 이준서(23·한체대)까지 취재진의 모든 질문에 일일이 대답했고 그동안의 응어리를 시원하게 털어냈다. 여자 3000m 계주에 나섰던 최민정(25·성남시청)과 김아랑(28·고양시청)도 버스로 향하던 길을 멈추고 믹스트존에서 소감을 밝혔다.
한국 선수들과 취재진은 매너를 지켰다. 이틀 전 중국 취재진처럼 주변을 시끄럽게 하지도 않았고 질서를 지켰다. 금메달을 딴 황대헌은 기쁘지만 큰 손 동작을 하지도 않을 만큼 예의를 지켰다.
이틀 전과 모든 것이 달랐던 믹스트존. 취재 분위기도 금메달 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