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동, 검찰 수사 대상되자 건진법사와 재단 설립했나

이현동, 2017년 10월부터 연민재단 설립 추진
같은 시기 文정부 '적폐청산' 활발…전 정부 인사들 줄줄히 소환
윤석열은 중앙지검장으로 '적폐청산' 선봉
연민재단 비석에 새겨진 '건진'…尹캠프 활동 논란 후 잠적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이현동 무죄' 하나의 법원, 엇갈린 판결…수사 책임자 윤석열
②이현동 무죄받은 'DJ비자금' 사건 무엇…文정부 적폐청산 일환
이현동, 검찰 수사 대상되자 건진법사와 재단 설립했나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연민복지재단을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시기는 2017년 10월로 확인됐다. 이때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이후 각 부처별로 적폐청산TF가 가동되면서 이전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줄줄히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시기였다.

연민재단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해 논란이 됐던 무속인 '건진법사' 전모 씨가 소속된 한국불교 일광조계종(일광종)과 한몸인 곳이다. 대한불교조계종과 무관한 곳이고,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도 아니다. 2018년 충주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서 소 가죽을 벗기는 행사를 벌였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17년12월 '17억' 연민재단 설립…이현동 라인 대거 포진

연합뉴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재단 설립 서류에 따르면, 이 전 청장은 2017년 10월 29일 재단 발기인회의를 열고 본인을 포함한 8명의 재단 이사진을 임명하고 정관을 통과시켰다.

이때 이사로 참여한 인물들은 대부분 이 전 청장의 고향(대구)·학교(영남대)·직장(국세청)으로 얽힌 지인들이다. 재단 설립을 주도한 임모 이사는 서울 역삼세무서장을 지냈고, 감사를 맡은 조모 씨도 국세청 고위 관료 출신이다. 임원 박모 씨는 전 대형회계법인 대표였는데, 박 씨와 조 씨 등은 모두 이 전 청장과 '대구·영남대'로 묶인다.

이후 그해 12월 초 이 전 청장은 재단 설립 인가권을 가진 충청북도에 정식으로 설립허가를 신청한다. 당시 재단 자산은 현금 13억 원과 토지 3억 5천여만 원.

현금 13억 원 중 7억 원은 임 이사가 대표로 있는 회계법인에서 출연했다. 또 윤석열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에 여러 차례 후원한 H 건설사와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대표로 있었던 A사에서도 각각 1억 원씩 출연했다. 이 전 청장의 사비는 한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또 기부된 토지는 일광종의 창종자이자 건진법사의 스승으로 알려진 승려 혜우의 가족이 소유한 땅이었다.

결국 같은 달 연민재단 설립허가가 떨어졌고 재단이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됐다. 이후 재단은 몇몇 복지재단이나 양로원 등에 돈이나 물품을 기부한 것 외에 별다른 활동이 없고. 자산도 크게 변화가 없다.

尹 지휘한 '적폐청산' 수사 때 재단 설립한 이현동


이 전 청장이 연민재단 설립을 추진하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한창이던 시기와 겹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집권 이후 적폐청산 작업게 박차를 가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현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적폐청산특별위원회가 구성됐고, 부처별로 적폐청산TF가 꾸려지면서 이전 정부의 비위·비리 의혹 등을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특히 적폐청산 작업의 큰 축은 국정원이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야당 정치인 뒷조사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국정원이 수술대에 오르면서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이때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후보였다. 윤 후보가 당시 적폐청산의 칼자루를 잡았다는 뜻이다.

국정원과 이 전 청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풍문을 불법적으로 뒷조사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건 2018년 1월. 검찰이 관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한 시점은 그 이전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시기는 이 전 청장이 연민재단을 설립한 시기와 겹친다.

충북 충주시 일광사에 있는 장인의 묘비석에 '건진법사' 전모 씨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연민재단은 일광종의 본산인 충주 일광사와 주소지·연락처 모두 같다. 일광사에는 건진법사 전 씨의 장인 묘와 함께 전 씨 이름이 새겨진 비석도 있다.

전 씨는 윤 후보 캠프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하면서 윤 캠프의 조직과 SNS 전략 등에 관한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캠프가 공식 가동되기 전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윤 후보를 위한 비공식 활동을 하기도 했고, 이 때문에 공식 캠프 일정팀과 마찰을 빚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윤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있은 후 종적을 감췄다. 전 씨 지인은 "전 씨가 산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청장은 국고손실·뇌물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난달 27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증거 불충분'이 무죄 이유였다. CBS노컷뉴스는 이 전 청장의 자택을 수차례 방문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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