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가도 이긴다는데…진전 없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중 누구든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안정적인 승리를 거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후보 단일화 협상은 좀처럼 진전이 없는 분위기다. 오는 14일 대선후보 등록일을 코앞에 두고 윤 후보와 안 후보 측 사이에 감정싸움이 격해지면서 외려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물밑 기류도 없는 단일화 협상…야권 단일후보 누가 나가도 승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창원 기자
1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설 연휴 동안 범야권 후보로 꼽히는 윤 후보와 안 후보 측 사이 후보 단일화 관련 협상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정권교체 여론이 꾸준히 과반을 기록하면서 당초 설 연휴 동안 물밑 접촉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양측 모두 여전히 신중 모드를 이어간 셈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단일화를 하려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한 상태라 윤 후보와 안 후보 양측에 모두에 신뢰가 있는 인사가 연휴 기간에 움직일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연휴 기간엔 윤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양자 토론 논란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단일화 협상은커녕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표면적으론 윤 후보와 안 후보 측 모두 대선 완주 의사를 드러내며 후보 단일화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범야권 안팎에선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시민단체 주최로 예정됐던 후보 단일화 토론에 양측 모두 불참하긴 했지만, 윤 후보와 안 후보 캠프 소속 주요 인사들의 이같은 시도 자체가 단일화 필요성이 분출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
후보 단일화에 무게를 둔 이들은 사실상 민주당 이 후보와의 양자 대결을 통해 안정적인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후보와 안 후보, 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4자 구도에선 야권 표심이 분열되면서 범야권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후보와 안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합의, 단일 후보로 누가 나서든 간에 이 후보‧심 후보와의 3자 구도에선 약 45% 안팎 지지율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승리를 거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결과(KBS 의뢰, 지난달 27~29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범야권 단일 후보로 윤 후보가 출마할 경우 윤 후보(45.0%)는 이 후보(34.8%)를 10.2%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 대신 안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 안 후보(47.1%)는 이 후보(30.8%)를 16.3% 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윤 후보보다 약 6% 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달 28일 코리아리서치가 발표한 결과(MBC 의뢰, 지난달 26~27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심위 홈페이지)에서도 가상 3자 대결에서 윤 후보(46.4%)‧이 후보(35.3%) 또는 안 후보(41.0%)‧이 후보(33.7%) 등으로 범야권 단일 후보들이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안철수 겨냥한 '앙숙' 이준석…尹 내부서 탄력 받는 4자 구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윤 후보와 안 후보 측 사이에 단일화 협상 움직임이 진전이 없는 것은 양측 모두 복잡다단한 내부 사정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할 경우, 사실상 대선 직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수순에 돌입하게 되는데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105석에 달하는 거대 야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을 상대로 당협위원장과 지방선거 공천권 등을 상당 부분 내줘야 할 처지에 몰릴 경우, 이해 당사자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 바른미래당에서 안 후보와 한솥밥을 먹었던 이준석 대표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바른미래당 활동 시절 안 후보와 빈번하게 부딪히며 앙숙(怏宿) 관계로 알려진 이 대표는 최근 단일화 협상 마지노선 등을 거론하며 안 후보 측을 자극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사가들이 앞으로 40일 간 단일화를 지켜보자고 하지만 설 연휴 전이 마지노선이었다"며 "(안 후보가) 지금 상황에서 지난 대선처럼 400억원대 총지출을 감행하는 건 상당한 모험수"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해당 발언이 알려진 직후 안 후보 측은 지난달 29일 당일 오후에만 이 대표를 노린 3개의 논평을 쏟아내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신나리 선대위 부대변인은 "타당 선거비용 걱정할 시간에 토론이 무서워 피해 다니는 국민의힘 후보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당 대표의 그 가벼운 입은 좀 닫아주시길 바란다"고 했고, 윤영희 부대변인은 '이준석 대표 자격시험 3문제'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성상납 의혹 사실인가. 성상납 의혹으로 경찰 소환 통보받았나. 성상납 사실이면 사퇴할 건가"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가 지난 2013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홍경희 대변인은 "온라인 광고 계약했다. 단일화 없다. 안 후보는 대선 완주한다"고 했다.
 
윤창원 기자
이 대표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윤 후보 측에서도 나온다. 윤 후보 직속 조직인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최명길 기획조정본부장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서 "퍽 오랜만에 페북에 짧은 한마디를 남기는데 좋은 얘기가 아닌 게 씁쓸하다"며 1970년대 학창시절 일화를 떠올리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최 본부장은 "지난 6일 의총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했다는 말, '사이코패스'가 그 당을 아끼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지고 있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며 "오로지 정권교체에 노심초사하는 국민은 정말 힘이 든다"고 했다. 최 본부장이 지난해 8월 이후 약 5개월 만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사실상 이 대표를 저격하는 내용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의 행보가 위험 수위에 근접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표의 행보와 별개로, 윤 후보 선거대책본부 내부에서 안 후보와 단일화 없이 4자 대결 구도를 선호하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10% 안팎에 달했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4자 구도에서 윤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4자 구도에서 승리가 가능한데 굳이 안 후보 측에 상당 부분 지분을 내주면서까지 단일화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선대본부 소속 한 관계자는 "단일화가 도움이 된다는 건 모두 알지만 상당 부분 부작용도 있다"며 "자기 돈 써가면서 윤 후보 선거 운동을 했던 이들이 단일화 지분 협상으로 인해 토사구팽 당했다고 생각하면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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