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 기류도 없는 단일화 협상…야권 단일후보 누가 나가도 승리?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단일화를 하려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한 상태라 윤 후보와 안 후보 양측에 모두에 신뢰가 있는 인사가 연휴 기간에 움직일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연휴 기간엔 윤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양자 토론 논란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단일화 협상은커녕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표면적으론 윤 후보와 안 후보 측 모두 대선 완주 의사를 드러내며 후보 단일화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범야권 안팎에선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시민단체 주최로 예정됐던 후보 단일화 토론에 양측 모두 불참하긴 했지만, 윤 후보와 안 후보 캠프 소속 주요 인사들의 이같은 시도 자체가 단일화 필요성이 분출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결과(KBS 의뢰, 지난달 27~29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범야권 단일 후보로 윤 후보가 출마할 경우 윤 후보(45.0%)는 이 후보(34.8%)를 10.2%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 대신 안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 안 후보(47.1%)는 이 후보(30.8%)를 16.3% 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윤 후보보다 약 6% 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달 28일 코리아리서치가 발표한 결과(MBC 의뢰, 지난달 26~27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심위 홈페이지)에서도 가상 3자 대결에서 윤 후보(46.4%)‧이 후보(35.3%) 또는 안 후보(41.0%)‧이 후보(33.7%) 등으로 범야권 단일 후보들이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안철수 겨냥한 '앙숙' 이준석…尹 내부서 탄력 받는 4자 구도
과거 바른미래당에서 안 후보와 한솥밥을 먹었던 이준석 대표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바른미래당 활동 시절 안 후보와 빈번하게 부딪히며 앙숙(怏宿) 관계로 알려진 이 대표는 최근 단일화 협상 마지노선 등을 거론하며 안 후보 측을 자극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사가들이 앞으로 40일 간 단일화를 지켜보자고 하지만 설 연휴 전이 마지노선이었다"며 "(안 후보가) 지금 상황에서 지난 대선처럼 400억원대 총지출을 감행하는 건 상당한 모험수"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해당 발언이 알려진 직후 안 후보 측은 지난달 29일 당일 오후에만 이 대표를 노린 3개의 논평을 쏟아내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신나리 선대위 부대변인은 "타당 선거비용 걱정할 시간에 토론이 무서워 피해 다니는 국민의힘 후보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당 대표의 그 가벼운 입은 좀 닫아주시길 바란다"고 했고, 윤영희 부대변인은 '이준석 대표 자격시험 3문제'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성상납 의혹 사실인가. 성상납 의혹으로 경찰 소환 통보받았나. 성상납 사실이면 사퇴할 건가"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가 지난 2013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홍경희 대변인은 "온라인 광고 계약했다. 단일화 없다. 안 후보는 대선 완주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행보와 별개로, 윤 후보 선거대책본부 내부에서 안 후보와 단일화 없이 4자 대결 구도를 선호하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10% 안팎에 달했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4자 구도에서 윤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4자 구도에서 승리가 가능한데 굳이 안 후보 측에 상당 부분 지분을 내주면서까지 단일화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선대본부 소속 한 관계자는 "단일화가 도움이 된다는 건 모두 알지만 상당 부분 부작용도 있다"며 "자기 돈 써가면서 윤 후보 선거 운동을 했던 이들이 단일화 지분 협상으로 인해 토사구팽 당했다고 생각하면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