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지난해 4분기 실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수행기관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로 전국의 19~71세 성인 206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해 맞춤형 건강 서비스를 제공, 심리지원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분기별로 이를 실시해 왔다.
지난해 12월 4분기 기준 우울 위험군(총점 27점 중 10점 이상)의 비율은 18.9%로 정점을 찍었던 같은 해 3월(22.8%)에 비해 3.9%p 감소했다.
다만, 2020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불거진 직후(2020년 3월·17.5%)와 비교하면 우울 위험군 비율은 여전히 낮지 않은 수준이다.
우울 점수는 총점 27점 중 5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3월(5.7점)보다 다소 줄었다. 점수 구간별로 보면 낮은 수준(5~9점)에 해당된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우울 점수와 우울 위험군 비율 모두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기준 30대의 우울 점수는 6.4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60대 이상(4.2점)보다 1.5배 높았다.
우울 위험군 비율도 27.8%에 달했다. 20%를 밑돈 60대(13.8%)나 50대(16.0%)에 비해 1.7배에서 2배 높은 수준이다.
30대의 우울 점수와 우울 위험군은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30대 여성은 '10명 중 3명'(33%)이 우울 위험군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울 점수도 7점으로 모든 성별과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비율은 지난해 3월 16.3%까지 치솟았다 12월에는 13.6%로 감소했다.
자살생각비율은 첫 조사였던 지난 2020년 3월 9.7%로 10%가 채 안 됐지만, 5월 10.1%→9월 13.8%→12월 13.4% 등 줄곧 10%대를 이어오고 있다.
이 비율도 지난해 4분기 기준 30대가 18.3%로 가장 높았다. 20대가 17.3%로 뒤를 이어 젊은 층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50대는 10.4%, 60대 이상 8.7% 등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자살생각 비율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안감도 발생 초기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3월 조사에서는 총점 21점 중 4.6점을 기록했지만 12월에는 '정상' 범주(0~4점)인 4.0점으로 하락했다.
일상생활 방해 정도는 5.0점(총점 10점)으로 지난해 2·3분기의 5.1점과 비슷했다.
영역별로 구분하면 사회·여가활동에 대한 방해 정도(6.2점)를 가장 크게 느꼈고, 가정생활 방해(4.5점), 직업 방해(4.3점) 순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지지를 얻는 대상은 '가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 62.3%가 가족을 '심리적 지지 제공자'로 꼽았다.
20.6%는 '친구 및 직장동료'를 지목했고, '없다'고 답변한 경우도 11.3%로 나타났다.
심리적 어려움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은 30대(13.6%)가 가장 높았다. 20대(12.4%)도 40대(11.2%)나 60대(9.0%)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응답자들은 '감염병 관련 정보'(2.13점)가 최우선으로 필요한 서비스라고 봤다. '경제적 지원'(2.05점)이나 '개인 위생물품'(2.0점) 등도 언급됐다.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한 답변은 지난 2020년 3월(1.02점)부터 계속 증가해 지난해 12월 1.47점으을 기록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수요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 1.46점으로 최고치로 나타났다.
복지부 정은영 정신건강정책관은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자살률 증가 등 국민 정신건강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도 경제적·사회적 영향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정신건강 문제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어 앞으로 '단계적 일상회복'과 함께 국민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정책을 촘촘히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