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압 과정에서 소방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소방관들을 사지로 내몬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거세진 불길'…소방관 3명 결국 숨진 채 발견
20분쯤 뒤에는 나머지 소방관 1명도 같은 층에서 발견됐고, 이들은 모두 심정지 상태였다.
화재는 전날 오후 11시 45분쯤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14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다.
이후 7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6시 32분쯤 큰 불길이 잡힌 뒤 오전 7시 10분 대응단계가 해제됐다.
이어 당국은 인명구조와 화재 진압을 위해 구조대 등 소방대원들을 화재현장 건물에 투입했다.
그러나 불씨가 갑자기 다시 확산하면서 오전 9시 8분쯤 진화에 투입된 소방관 5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자 곧장 수색팀이 진입했다.
그러는 사이 불길은 계속 거세졌고 결국 오전 9시 21분쯤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이며, 대응 2단계는 인접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한다.
화재 당시 해당 건물 내부에는 산소통, LPG 등 용접장비와 다량의 보온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적치된 가연성 물질들로 인해 불이 재확산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실종 30여분 만에 2명은 자력으로 불이 난 건물을 빠져나왔지만, 나머지 3명은 연락이 두절됐다가 실종된 지 3시간 30여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 투입 당시 30분 이상 버틸 수 있는 용량의 산소통을 메고 있었다. 마지막 교신 시점은 오전 9시 30분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최초 건물내로 투입된 정확한 시각은 아직 조사 중이다.
이천 쿠팡 화재 반년 만에 '구조대장 사망' 되풀이
지난해 6월 17일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2시간 40여분 만인 오전 8시 20분쯤 불길이 약해졌고,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작업을 하면서 앞서 발령한 경보령 단계를 차례로 낮췄다.
이와 함께 당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대장은 혹시 모를 조난자를 찾기 위해 동료 4명과 함께 지하 2층에 진입했다.
그러나 김 대장이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창고에 쌓인 적재물이 무너지며 불길이 거세졌다. 다른 4명은 투입 20여 분만에 현장을 벗어났지만, 김 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오전 11시 50분쯤 내부에서는 불길이 다시 크게 치솟기 시작했다. 끝내 김 대장은 화재 발생 이틀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불길이 잦아든 직후 인명구조 등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이 안타깝게 목숨 잃은 과정이 두 지역에서의 화재를 통해 거듭된 것이다.
"성급한 진화 대응 단계 조정" 문제제기
지난해 서범수(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소방청 상황보고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천 쿠팡 화재 당시 화재 대응 단계의 섣부른 하향 조정이 소방관이 사망하는 참변을 초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소방당국의 초동 대응 부실이 무리한 현장 진입을 부추겨 투입된 소방관이 변을 당하게 했다는 얘기다.
서 의원실에 따르면 이천 쿠팡 화재 당시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한 직후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이어 18분 만에 '대응 1단계'로 하향 조정됐다.
이후 이천소방서 서장이 도착해 지휘권을 넘겨받고, 도착 1시간 38분 만에 대응 1단계마저 해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의 인명구조가 최우선인 만큼, 해당 임무를 맡은 소방대원에 대해서도 안전 장치와 유사 시 신속한 구조체계를 구축해야 된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서범수 의원은 "낮아진 대응 단계만 인지하고 현장에 투입된 대원들은 현장 전반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변을 돌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했던 탓에 또 다시 비슷한 사태가 벌어진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후 11시 45분쯤 평택 청북읍의 냉동창고 신축공사장 1층에서 불이 났다. 이 건물은 연면적 19만 9762㎡, 7층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