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TSMC 손잡나…겔싱어 CEO, 13일부터 대만 방문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인텔 제공.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주 대만을 찾아 TSMC와 반도체 위탁 생산을 위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지원 법안의 해외 기업 보조금 지급을 두고 양사가 '신경전'을 벌인 직후여서 대만 방문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블룸버그통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인텔의 갤싱어 CEO는 이날부터 대만을 방문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의 경영진을 만난다.

겔싱어의 아시아 방문은 올해 초 인텔 CEO로 임명된 뒤 처음으로, TSMC가 내년부터 양산할 예정인 3나노미터(㎚, 10억 분의 1m) 초미세 공정을 활용해 인텔의 차기 CPU를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텔은 TSMC의 최선단 제조 능력이 필요한 동시에 파운드리 업계에서 TSMC와 경쟁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인텔의 CEO로서 매우 까다로운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대만 방문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법안을 두고 겔싱어가 "미 납세자의 돈이므로 미국 기업에만 보조금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TSMC 측이 "그렇게 하는 건 미국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반박한 직후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TSMC의 마크 리우 회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인텔의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동료'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현재 미국 하원에는 520억 달러(약 61조 51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법안'(CHIPS for America Act)이 계류 중이다.

여야 합의가 지연되면서 이 법안의 처리는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해외 기업도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면 미국 텍사스에 17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전자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생산 시설의 아시아 편중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인텔은 TSMC와 계약을 맺어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동시에, 향후 파운드리 부문에서 3나노 공정 이후의 초미세 공정으로 직행해 TSMC를 추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셰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 연합뉴스.
TSMC 입장에서도 인텔은 경쟁사이면서 전 세계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의 80%를 장악한 만큼 높은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텔과의 계약은 '까다로운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인텔은 TSMC가 개척한 분야인 파운드리 사업 모델에서 다른 고객사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며 "TSMC로선 향후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할 인텔과의 협력은 까다로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겔싱어는 대만에 이어 반도체 후공정 시설이 몰려 있는 말레이시아도 방문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코로나19 유행으로 공장이 잇따라 폐쇄됐고, 이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

한편, TSMC가 독일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한 초기 협상에 들어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TSMC는 미국과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투자했으며 반도체 공급망 다각화 차원에서 유럽에도 신규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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