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시발점은 지난달 29일 대검 감찰부가 대검 대변인의 공용 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하면서 시작됐다. 문제의 휴대전화는 서인선 현 대검 대변인과 이창수·권순정 전 대변인이 사용하던 것으로, 감찰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직하던 지난해 당시 권순정 대검 대변인이 총장 장모인 최모씨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문건을 만들고 언론에 배포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공용 전화 확보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감찰부는 서 대변인에게 "휴대전화 임의 제출은 감찰에 협조하는 차원이며, 감찰에 비협조한다면 그것 역시 감찰 사안"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대변인은 휴대전화를 제출하면서 통상적인 포렌식 절차에 따라 휴대전화 사용자였던 전임 대변인들에게 포렌식 참관 의사를 물어봐 달라고 감찰부에 요청했으나, 감찰부는 대변인실 서무 직원이 참관하면 된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마저도 해당 직원이 참관을 거부하면서 포렌식은 '전문 수사관' 참관 하에 진행되는 파행을 겪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기자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언론과 소통하는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가 수사 대상이 됐다는 사실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범죄나 비위 혐의를 밝히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면 대변인 공용전화라 해서 압수 대상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헌법상에 적시된 언론의 자유의 보장을 위해서라도 대변인들, 특히 검찰과 같은 권력기관 대변인들의 공용 전화 압수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대검 대변인의 공용 전화에는 외부로 노출될 경우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부적절하게 논란을 야기할 정보들이 다수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입기자들은 민감한 수사나 외부정보, 언론매체 소식 등 다채로운 정보들을 대변인과 주고받는다. 이것은 대변인이 서로가 동의한 경우, 이런 정보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원칙을 기자들과 공유하는 직책이기에 가능하다. 이런 정보들이 감찰부나 또다른 수사부서에 노출될 경우 부적절한 별건수사나 다른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고 포렌식 과정에서 비위나 범죄 혐의 증명과 상관없는 민감한 취재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가 선행됐어야 했다. 하지만 감찰부는 통상 수사와 상관없는 과도한 정보 유출을 감시하기 위해 반드시 참여시키도록 한 참관인조차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포렌식을 진행했다. 권순정 전 대변인의 비위 혐의 때문에 공용 전화를 확보한 것이라면 방어권 차원에서 권 전 대변인 본인이나 이를 대신할 인사가 포렌식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합당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감찰부는 대변인실 행정직원을 참관인으로 세우려다 당사자가 거절하자 전문수사관을 참관인으로 세우는 꼼수를 부렸다.
'포렌식 결과 아무런 정보도 복원할 수 없었다'는 감찰부의 해명을 출입기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다. 수사기관의 과도한 정보 수집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조차 제대로 준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찰부의 일방적인 주장에 순순히 수긍하라는 주문 자체가 무리였다. 심지어 감찰부는 압수와 포렌식 절차가 완료된 다음에도 기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중요한 취재정보가 부적절하게 노출될 수 있음을 우려한 기자들이 해명을 요구했지만 감찰의 최종책임을 지는 검찰총장이나 당사자인 한동수 감찰부장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동수 감찰부장은 철저히 사태를 외면하는데 급급했다. 한 부장은 논란이 확산되자 감찰부의 입장을 담은 한 장의 해명자료만 일방적으로 제시했을 뿐 수많은 기자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최근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나 수사정보 유출 등을 핑계로 기자들의 취재를 과도하게 제한하면서 언론의 권력 감시기능마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 내부에서도 상당하다. 차장 브리핑이 사라지는 등 언론의 검찰취재 창구가 극도로 제한된 '대장동 의혹' 수사에서 검찰이 연일 수준미달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언론을 멀리하고 터부시하는 것만이 능사인지, 검찰이 되돌아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