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스우파' 명대사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탄생기

라치카·원트·웨이비·코카N버터·프라우드먼·홀리뱅·훅·YGX 리더 8인과 제작진 기자간담회

29일 오후,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종영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훅' 아이키, 'YGX' 리정, '코카N버터' 리헤이, '홀리뱅' 허니제이, '라치카' 가비, '프라우드먼' 모니카, '웨이비' 노제, '원트' 효진초이. 엠넷 제공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로 시작했던 엠넷 댄서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잘 봐, 언니들은 이제 시작이다"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시청률은 기본이고, 화제성을 가늠하는 각종 지표에서도 놀라운 기록을 쓰며 승승장구한 '스우파'.

본방송은 지난 26일 9회로 마무리 지었지만 '스우파'는 끝이 아니다. 갈라 토크쇼, 전국 투어 콘서트, 크루 리더들을 중심으로 한 예능 출연이 남아있다. 멤버들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이유다.

29일 오후, '스트릿 우먼 파이터'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던 여덟 크루 라치카·원트·웨이비·코카N버터·프라우드먼·홀리뱅·훅·YGX 리더들과 최정남 PD, 권영찬 CP가 참석해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음은 주요 질문과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 프로그램이 이렇게 잘되리라고 예상했나.

허니제이 : PD님이 처음 만났을 때 팬덤 얘기를 하셔서 과연 그게 가능할까, 아이돌도 아니고 댄서들에게 팬덤이 생기는 게 이뤄질 수 있는 일인가 하면서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재미있게 하고 좋은 추억 쌓아 보자고 시작했는데 가면 갈수록 열풍이 되었다. 너무 많이 좋아해 주시니 어느 순간 책임감이 생기더라. 정말 우리나라에 멋있는 댄서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우리한테 관심이 오는 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댄스 신을 대표하는 크루가 됐으니 진짜 책임감 갖고 해야겠다 싶어서 후반부 가면서 더 집중해서 하게 되고 더 예민해지기도 했던 것 같다.

왼쪽부터 가비, 노제. 엠넷 제공
아이키 : 저는 제자 친구들이랑 나왔는데 이 친구들이랑 나와서 잘할 수 있을까보다 잘 못 하면 어떻게 보일까가 가장 걱정됐다. (이 친구들은) 상처받을 수 있는 나이기 때문에. '스우파'가 잘된 이유 중 하나가 실력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미있는 캐릭터와, 그 춤을 왜 좋아하는지 등 사람에 대해 명확히 잘 보여주더라. 우리가 사람으로서 어떤 걸 가지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잘된 거 같다. 춤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저희 성격이 묻어난 밈(온라인을 통해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이 많이 탄생하지 않았나. 대중들의 일상에 파고들어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사실 요즘 더 행복한 것 같다.

모니카 :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버린 '스우파'다. 댄서가 그렇게 큰 이슈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자신은 없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저희 승자와 패자가 나왔을 때 패자 모습이 그렇게 처절하거나 불쌍하지 않아서 인상적이었다고 한 게 기억난다. (다들) 너무 아름답고 좋은 플레이를 보여준 것 같았다고.

▶ '스우파'가 사랑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권영찬 CP : 여러 개 많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엠넷이 예전부터 '댄싱9', '힛 더 스테이지', '썸바디' 등 댄스 대중화를 위해서 많이 노력해 왔는데, 엠넷이 많이 만들고 잘할 수 있는 배틀 서바이벌 포맷을 잘 접목했던 거 같다. 주위에서 '스우파' 보면서 되게 엠넷스러운 프로그램이라고 얘기를 많이 해 주셨다. 엠넷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가장 잘할 수 있는 포맷으로 만들었던 게 주효했던 게 아닌가 생각 들고, 오랜만에 엠넷 오리지널리티로 시청자 여러분께 사랑받아서 기분이 좋은 거 같다.

가비 : 제작진 여러분의 정말 재미있는 미션들. (웃음) 저희를 자극시키는 폼(형식)들, 그런 걸 정말 잘 준비해주셨다. 잘 해내고 싶은 미션, 포맷 주셨고 리더 언니들도 팀원들도 너무나 캐릭터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람도 많고 그들이 가진 실력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키 언니랑 제가 약간 재미있게 한 것도 있지 않았나 살짝 어필해 본다. (일동 웃음)

허니제이 : 초반에 사실 댄서들은 잃을 게 없었다. 눈치 보지 않았다. 방송에 많이 나오는 연예인분들은 대중분들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거고 이미지에 타격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눈치를 보는 게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댄서들은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잃어버릴 이미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까 가식 부리거나 눈치 볼 게 없이 다 생으로 나온 거다. 초반에 '삐삐삐'(비속어 묵음 처리)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도 사실 진짜 필터링이 없었던 거다. 그런 부분을 되게 신선하게 느끼셨을 것 같다. 너무나 우리 곁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나와서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셨을 거 같다. 또 저희 신이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오래된 신이기 때문에 이 안에 스토리, 각자 가진 춤이 리얼이다. 그 부분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왼쪽부터 리정, 리헤이. 엠넷 제공
▶ 팀 활동하면서 팀원과 리더로서 어떤 부분이 중요하다고 보는지.


리정 : 팀원은 수용력, 빠른 수용력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리더는 그냥 마음의 합과 춤의 합을 다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제가 그런 리더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팀원들은 그런 팀원들이 맞다. (리더의 자질은) 빠른 상황 판단과 순발력이 아닐까 싶다. 그러려고 노력은 많이 했다. 저희 팀원들이 잘 따라와 준 게 맞고, '영 보스'라는 수식어도 얻게 해 준 게 팀원들이라 항상 감사하다.

▶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이 말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

허니제이 : 여기서 지는 사람이 워스트 댄서가 되는 배틀이다 보니 아무래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모니카 언니랑 저랑 하기 전 (배틀) 끝낸 친구들이 속상해하고 울기도 했다.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다. 이게 인생의 전부도 아닌데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그러고 있으니까, 이건 단지 프로그램일 뿐인데… 그게 되게 안타까워서 '얘들아, 좀 즐겨~ 이렇게 있을 때는 아니야' 이런 마음이었다. 마침 저도 당황했다, 언니가 저를 골라서. '이 언니, 왜 나를 골라?' 뭔가 억울하기도 하고. 근데 나와서 앉아있는 친구들 보니까 '얘들아, 잘 봐. 우리가 즐기는 거 잘 봐. 언니랑 나랑 배틀 즐기면서 해 볼게. 배틀은 즐기면서 할 수도 있는 거야. 너네가 이렇게 침체될 이유 없고, 다들 즐기면서 해 보자' 이런 의미로 언니들이 재밌게 해 볼게, 하는 거였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연출한 최정남 PD와 권영찬 CP. 엠넷 제공
▶ 기억에 남는 미션은.


효진초이 : 힘들었던 미션은 메가 크루 미션이었고 너무 힘들어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 다인원 이끌고 무대를 많이 해 본 사람으로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성과 나름의 내 고집이 있는데 (이번 계기로)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다. 더 다른 시각으로 이들을 품어야 하는 상황을 새로 느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늘 고집해왔던 게 아닌, 좀 더 새로운 방향성으로 이들을 포용할 방법을 고민해야겠다고 느꼈다.

▶ 탈락이 있는 서바이벌 형식이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더 보여주고 싶었던 크루의 매력이 있다면.

노제 : 저희가 빠르게 탈락한 팀이어서 너무 아쉬웠다. 저희 멤버들이 진짜 잘한다. 매력도 있고 엄청 순딩순딩하고 그런데 그게 많이 비치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친구들은 진짜 잘하고 각 미션 할 때도 굉장히 열심히 하고 더 성장했는데 그 부분을 못 보이게 돼서 조금 아쉽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제작발표회 당시 크루들과 파이트 저지, MC. 가수 보아, NCT 태용, 안무가 황상훈이 파이트 저지를 맡았고, 강다니엘이 MC를 봤다. 엠넷 제공
▶ 프로그램 내 배틀 제도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모니카 : 배틀 룰은 정해진 게 없다, 사실. 이것도 문화이기 때문에 누군가 먼저 시작해서 풍토가 시작됐고 그중 저희랑 잘 어울리는 게 우리나라에 남아있을 뿐이다. 구석구석에 되게 다양한 배틀이 존재하는데 저희가 잘 모를 뿐이고, 누가 만들어낸 룰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간 것이라서 대중분들 피드백 등을 통해 배틀에 대한 룰도 조금씩 바뀔 거다. 그걸 저희는 발전이라고 얘기하는 거 같고. '스우파'에서 보여준 배틀이 다양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논란은 제가 언더그라운드(신)에 있을 때도 있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의견일 수 없는 것처럼, 논란이 일어나면서 다양한 배틀이 나와주고 그 배틀을 체험하고 발전시키면 좋을 것 같다.

▶ 약자 지목 배틀과 탈락자 배틀의 승부를 결정한 게 파이트 저지의 판단이었는데, 저지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는지.

모니카 : 어떤 심사위원이 와도 저 스스로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저한테 윈(WIN)이 아닌 루즈(LOSE)를 주면 순간적으로는 그 심사위원을 원망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본능인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심사위원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 어떤 분이 와도 저한테 승리를 주지 않으면 불만을 갖는 보통 인간이었을 것 같다. 저 사람의 경력과 기준을 가지고 의심한다든가 하는 것, 오히려 참가자들은 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심사위원 누가 나와도 괜찮다는 마음이기에 '스우파'에 참여한 거다. 심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평가 의견을 내놓는데, 말씀해 주셨을 때 틀린 말은 없었다. 의견이 다른 경우는 있었겠죠. 심사위원분들 말씀을 경청하는 편이었고, 그분들 말에 그렇게까지 의심이 들지는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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