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온라인'이라는 불안정한 세상에 기대어

KT의 전산망이 약 40분간 불통되는 사고가 빚어졌다. 전국적으로 빚어진 이번 사고로 곳곳에서 불편이 초래됐다. 증권과 은행거래시스템이 정지됐고, 점포에서는 카드결제를 할 수 없어 이용자들이 근처의 은행을 찾아가 현금을 찾아오는 촌극이 빚어졌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학교에서는 학습시스템도 오류를 일으켰다. KT통신망은 전국 12개 교육청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통신장애로 수업에 차질을 빚은 학교만 7700 곳이 넘는다. 이뿐 아니라 음식 배달 앱과 키오스크, QR 체크인같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도 멈췄다.
 
KT의 전산망 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에도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서울 강북지역과 고양시 일부 지역에서 통신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화재 사고로 피해지역에서는 복구가 이뤄질 때까지 상당 기간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3년 전 화재사고와는 달리 이번 사고는 기간은 짧지만 전국적으로 동시에 피해가 발생해 피해 규모가 훨씬 더 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한 뒤 KT의 대응이다.
 
KT는 이번 사고가 처음에는 디도스 공격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판단 근거는 초기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 오류'가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라우팅'은 데이터가 어떤 경로로 갈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데이터가 갈 곳을 잘못 지정하는 바람에 특정 경로에 병목현상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과부하로 통신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경로설정을 잘못한 인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5일 전국 곳곳에서 KT의 유·무선 통신 장애로 인해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현금결제 및 계좌이체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KT는 국가기간통신망이다. 통신사업자이기도 하지만, 국가주요자산이기도 하다. 국가기간통신망이 마비된다는 것은 국가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사업자들에 비해 훨씬 더 관리에 신경 써야 할 KT에서 큰 사고가 3년 사이에 두 차례나 발생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두 차례의 사고가 모두 인재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관리시스템이 부실하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술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3년 전에 비해 통신과 IT환경도 훨씬 진화하고 복잡해져 통신장애는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것이다. 관리시스템의 점검과 재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온라인 의존도가 높아진 우리 사회의 모습도 되돌아보게 된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 연합뉴스

'온'(on)의 반대개념은 '오프'(off)다. 모든 것이 단절된다는 의미인데, 하지만 '오프라인'은 우리의 현실세계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프라인'이라는 말에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단절됐지만 오히려 '접속'하고 직접 '접촉' 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기 때문이다.
 
0과 1로 이뤄진 단순 언어의 세계. 파워가 꺼지거나 명령어가 조금만 틀려도 모든 것이 차단되는 불안정한 세계에 우리는 의도적이던 아니던 떨어질 수 없는 상태로 매여있다. 어느 사이에 우리는 온라인이라는 줄에 매여있는 인형이 돼가고 있었던 셈이다.
 
KT의 장애사고는 이런 현실을 더 확실히 우리에게 각인해줬다. 만일 이 사태가 라우팅 오류에 따른 인재라면 그래도 '온라인'의 줄을 잡고 있는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씁쓸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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